백두대간 종점구간 마산봉

흰 눈이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갓 서물 피어오른 젖가슴처럼 마산봉은 순백의 춘설을 뒤집어쓰고 봉긋 솟았다. 경주마의 등짝 같은 산들이 첩첩이 도열한 백두대간은 마산봉, 진부령을 종점으로 남기고 북으로 뻗쳐 있다. 이렇게 많은 눈을 본지도 오래다. 싸락눈이 목덜미를 파고 든다. 러셀이 되어 줄 산짐승의 발자국도 없는 하산 길 설원이 알프스리조트로 이어졌다. 적설량과 설질이 좋아 한 때 스키어가 붐비던 이곳은 폐장이 된 채 인적마저 끊겨 적막하다. 멀리 향로봉을 두고 진부령으로 발길을 옮긴다. 황태구이에 술 한잔으로 허기를 채웠으면 좋겠다. 제설차가 눈을 밀고 빠르게 달린다. 한 며칠 폭설에 파묻혀 살며 글 고르는 시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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