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속 가계약금 날리는 세입자 속출

집주인들 “파기땐 못돌려 준다”…사전에 ‘반환 확인’ 받아야

수원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씨(36)는 최근 전셋집을 옮기려다 몇 시간 만에 100만원을 날렸다.

 

간신히 조건이 맞는 곳을 발견했는데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이 집을 놓치지 않으려면 바로 가계약금이라도 걸어놔야 한다고 말해 급한 마음에 점심시간에 100만원을 송금한 것.

 

하지만 아내가 더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서 저녁에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집주인은 단호히 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전세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불안한 마음에 가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계약금도 아닌 가계약금이라 돌려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순간에 100만원이나 손해봐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개강을 앞두고 용인에 월세 자취방을 얻으려던 대학생 송모씨(22·여)도 지난달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가계약금의 반환이 안 된다는 점을 모르고 50만원을 내버렸는데 베란다에 방범창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방범창을 설치해 주지 않으면 계약을 못 하겠다고 하니 집주인은 ‘계약금은 못 돌려주니 손해보고 파기하려면 하라’는 식이었다.

 

이처럼 세입자들이 ‘가계약’의 개념을 잘 알지 못한 채 섣불리 계약금을 걸었다가 계약 포기시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민법상 가계약도 계약에 속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가계약금은 본 계약이 성립되지 않으면 반환해 준다’라는 특약을 맺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써브 관계자는 “가계약은 실무적 개념일 뿐 일반 계약과 똑같이 봐야 한다”며 “공인중개사나 집주인에게도 반환 여부를 고지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특약조건을 넣거나 확인서를 받은 뒤 계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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