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지킬 힘이 있어야 뒷받침이 가능하고, 안보 보장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으며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지난 2007년 6월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주 평화포럼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 보다 앞선 그해 2월 국회를 찾은 한명숙 전 총리도 “대양해군의 육성과 남방 해상 교통로의 안전한 확보가 목표”라고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해양국장(장관)은 지난 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앞두고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어도가 중국 관할해역에 포함된다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동원해 정기순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쉬훙멍(徐洪孟) 중국해군 부사령관도 지난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관영 법제만보 기자와 만나 금년 내 6만7천t급 첫 항공모함 바랴그(Varyag)호를 정식 취역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막강한 해군력으로 동북아의 균형적 안정 상태에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
제주 남방해역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은 지속적으로 해군력을 증강시키며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대외 무역의존도 88.2%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제주 남방 해상로를 통해 원유 99.8%, 곡물 및 원자재 100%를 운송한다. 연간 5천여 척 밖에 드나들지 않는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함대를 파견하고 있다.
그런데 연간 50만 척의 배가 드나드는 제주 남방해역이 분쟁 지역이 된다면 어떠하겠는가. 또한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는 최대 1천억 배럴의 원유와 72억t에 이르는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그래서 한·일·중 3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곳이다.
그러기에 더욱 해양주권 수호에 필요한 거점이 요구된다.
어느 종교인은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들기 위해 해군기지 건설은 안 된다며 중국과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보잘 것 없는 해군력을 가진 한국이 대양해군을 보유한 중국에게 평화롭게 협상을 제의한다면 중국이 이어도의 영유권을 양보하겠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결국 평화롭게 해결하려면 이어도를 넘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 국제관계는 강력한 안보적 뒷받침이 있어야 대화도 가능하다. 영토는 선(line)이다. 그 선이 침범 당하면 피를 흘리고 싸워야 한다. 그럴 때에만 평화가 지켜진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 볼 수 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년 전 정사 황윤길(黃允吉), 부사 김성일(金誠一), 서장관 허성(許筬), 무관 황진(黃進) 등은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도일해 일본 내정을 정탐하고 돌아온다. 당시 서인 정파이던 황윤길은 왜구의 조선침략 가능성을 직언했으나, 동인 파벌의 김성일은 정반대의 보고를 하였다.
당리당략에 의한 이견으로 전쟁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조선은 1592년 4월 13일 왜구의 침입을 당했다. 전 국토가 유린되는 참화를 겪었음에도 불구, 제대로 국방력을 갖추지 않고 있던 조선조정은 열강의 침입에 시달리다 1910년 일본에 의해 합방되는 국치(國恥)를 당한다.
요즘의 정치현실을 보면 임진왜란 당시의 당파싸움과 흡사한 것 같다. 제주 해군기지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에 대해서도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임진왜란 발발 전 역사적 상황을 살펴보자. 김성일과 같은 동인이었던 허성과 황진은 이토 히로부미가 쥐새끼 같아 침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김성일의 주장을 반박했다.
오히려 서인 황윤길 정사의 보고가 정확하다고 지적하였다.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난 용기 있는 행동이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 정치사에도 조선통신사의 일원이던 허성과 황진 같은 인물이 나올 때가 됐다. 정치란 역사적 교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파주=박상돈기자 psd161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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