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엄마·아빠는 피곤하다!

돈 벌어서 자식 키우는 데 다 쓰지 뭐…

부모가 된 입장에서 먹고 살기란 정말 피곤하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요즘 트렌드는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라 하지만 잘 먹고 잘 살려면 그만큼 돈 문제가 생기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아껴야 잘 산다’, ‘쓸데없는데 돈 쓰지 말라’ 는 말은 지울 수 없는 애증관계다.

 “애들도 키워야하고 먹고 살아야하고…….”

 1. 경기도 용인에 사는 P씨(39)는 요즘 고민이 많다. 남편은 유명 반도체 회사 과장으로 현재 중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2년 전 딸 둘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복직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입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란 쉽지 않은 일. 큰 아이는 출근하며 집 근처에 사는 친언니에게 맡겨 저녁에 데려가고 작은 아이는 회사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 저녁 때 데려간다. 하루 종일 걱정이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니다. 게다가 맞벌이라도 국내에 있는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내고 기타 교육에 드는 금액과 생활비를 합치면 저금할 수 있는 금액은 너무나 적다. P씨에게 좋은 집, 내 집 마련의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

 2. 경기도 수원에 사는 K씨(46).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자동차 정비 기술을 익혀 지금은 카센터의 사장이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 가게 문을 열고 제때 점심 먹을 겨를 없이 밤 9시는 되어야 퇴근한다. K씨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작은아들, 중학생 딸을 생각하면 난 마음 놓고 하루도 쉬면 안돼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뒷바라지 하는 건 부모 입장에서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몇몇 부모들이 대학가면 그때부터는 성인이니까 알아서 해야 된다고 하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게 쉽나요. 고학력, 고급 자격이 필요한 시대인데 말이죠. 주변에서 정기검진이라도 좀 받으라고 해요. 그런데 그거 받으러 갈 시간이 어디 있나요. 돈도 많이 들어가고……차라리 애들 엄마라도 받게 하는 게 낫죠. 저보다 고생하니까.”

 3. 경기도 성남에 사는 L씨(53). 그녀는 쉰이 넘어 갱년기가 찾아온 주부다. 요즘 몸도 좋지 않고 갱년기 증상 때문에 우울한 기분이 들 때가 하루에도 몇 번 씩 찾아오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허하다. 그래도 직장에 다니는 외동딸이 퇴근하고 자주 엄마와의 데이트를 자처해 그녀의 지친 삶에 단비같이 위로가 된다. 하지만 딸이 서른이 가까운데 남자친구 하나 없이 지내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비용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예뻐도 내 자식, 못생겨도 내 자식, 곱게 키우면 좋지요. 그런데 다 돈, 돈 하니까 곱게 키우는 것도 어려워요. 우리 부모는 날 어떻게 시집보냈는지 몰라요.”

 “애들은 몰라요. 그래도 자식은 자식이잖아요.” 

 부모는 힘들다. 정말 힘들다. 젊음을 내던지고 열심히, 성실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살다보니 어느덧 이립(而立)을 지나 불혹(不惑)을 지나 중·장년층에 접어든 우리의 부모를 위해 자식 된 입장에서 무얼 생각해보았는가. 비록 자식 된 입장에서 성공한 입장이든 하루 벌어 서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든 나를 지금 살게 한 부모의 정성과 말없는 사랑을 떠올려본 적이 있는가. 우리의 부모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급변했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달려온 사람이다. 따스한 말 한 마디는 부모의 기(氣)를 살린다. 장성한 아들과 곱디곱게 자란 딸은 부모의 보배다. 우리 부모님이 살아계시든 하늘로 올라가셨든 한 번 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건 어떨까.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 부모에게 제대로 못 하지만 자신만이 아닌 나를 지금 있게 한 부모님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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