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화 허브를 만드는 CEO] ③김인숙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

"매일 와도 즐거운 시민과 예술인들의 문화사랑방 될래요"

김인숙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56). 그는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예술인 출신이다. 30년 이상 무용가로 무대에 섰다. 뿐만 아니라 안산에서는 예총 회장을 지냈고, 그 때 시들어 가던 ‘별망성 예술제’를 다시금 안산의 대표 축제로 끌어 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경력은 오히려 그가 그동안 관장직에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지역예술인들에 치우쳐 균형감각을 잃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우려속에서 지난해 1월 그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1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연사업환수율 72.3%, 유료객석점유율 68.8%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낸 것. 그만큼 안산시민들이 보다 더 애정을 가지고 공연장을 찾아주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매일 와도 즐겁고 편안한 공연장, 시민들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김인숙 관장을 지난달 2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 매일 매일 새롭고, 즐거운 공연장

“최근에 와서 들은 얘긴데, 안산문예당이 이제 비로소 다른 도시가 아닌 안산에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뻤어요. 지난 1년동안 가장 집중한 게 ‘시민들과 가까워지기’였거든요.”

 

사실 안산문예당은 그 입지상 시민들이 쉽게 발걸음하기에는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로변인데다 주변에는 시너지 효과를 낼만한 문화시설이 없을 뿐더러 변변한 식당이나 카페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김 관장의 취임 초 가장 큰 고민도 “어떻게 하면 시민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였다.

 

“공연 있는 날만 하루 왔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물이 휴지에 스며드는 것처럼 시민들의 일상속으로 안산문예당이 흡수되길 바랬죠.”

어찌보면 이 고민은 그가 지역의 예술가로서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풀고싶어 한 숙제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민친화 프로젝트는 시작됐고, 예술인으로서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여성 특유의 세심함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외딴 곳에 설치돼 있던 조각품들은 쉽게 볼 수 있는 중앙광장으로 옮겨졌다. 또 지역 작가들로부터 미술 작품 100점을 기증받아 상설전시장을 열고, 이와 함께 여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북카페를 설치했다. 주말 야외공연장에서는 공연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 왔을 때 1천석이나 되는 야외공연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지역 예술단체와 학생 동아리에 야외공연장을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반응은 뜨거웠다. 매 주말이면 전당으로 나들이 나온 가족 혹은 연인들이 공연을 즐겼다.

 

“가장 안타까운 건 아직까지도 편안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조그만 카페 하나 없다는 겁니다. 올해는 어떻게든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 안산문예당, 지역예술인은 동반자

안산문예당은 안산 예술인들의 염원이었다. 개관 당시 안산예총 회장을 맡고 있던 김 관장 또한 그들 중 한사람이었다. 아니 “내 공연장이 생긴 것처럼 기뻤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예술인 출신이라는 굴레는 그에게 번번히 낙방의 쓴 맛을 맛보게 했다.

 

“두 번째 안됐을 땐 사실 약간의 오기도 생기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보다도 ‘아직 내가 정말 많이 부족하구나’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3년전 한진석 전 관장에게 자리를 내준 뒤 그는 경희대 예술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예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전문 예술경영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췄다.

 

그동안 지역 공연장들은 일정부분 지역 예술인들을 배제해오면서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 기류가 형성돼 왔다.

김 관장 또한 예술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지역예술인들에게 특별히 관대할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말했습니다. 지금의 수준으론 무대에 올릴 수 없다고. 이미 안산 시민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고, 수준이 안되는 공연을 올렸다간 예술인들도 전당도 모두 망하는 길이라고요.”

 

하지만 공연장 문을 닫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역예술인들을 불러들였다. 그것이 바로 ‘오프 스페이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잠재력있는 예술인 및 예술콘텐츠를 발굴해 무료로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소극장 무대공연에 목말라하는 공연예술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당이 문을 열어 놓음으로써 지역예술인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준이 되면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는 거죠. 지역예술인들의 역량을 높여가는 것도 전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민이 함께 하고, 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

김 관장 취임 1년, 성과는 또 있다. 2012년 경기도 10대 축제로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선정됐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일상의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지는 공연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 시작됐다.

 

“거리극축제는 안산문예당뿐 아니라 공연예술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상당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시민들이 보고 즐기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작품에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갈 계획입니다.”

우선 올해에는 ‘인간모빌’이라는 프랑스 작품에 200여명의 일반시민이 참여하게 된다.

 

이와 함께 김 관장은 올해부터 축제 사무국을 상설화할 계획이다. 축제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살리고, 시민 참여를 위한 기획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에서다.

 

김 관장이 시민 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한 계획은 또 있다. ‘창작제작소’가 그것. 창작제작소는 전당 상주단체 및 안산연극협회와의 연계를 통해 시민들이 일상속에서 작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 관장은 “지역 공연장이 공연이나 전시가 있을 때만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문이 열려 있으면 안된다”며 “아무리 작은 아이디어라도 시민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대형 공연보다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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