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런던으로] 18년간 ‘金갈증’ 매트조련사 ‘마지막 승부’

“35년 지도자 생활의 마지막이 될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기필코 18년 만의 여자 유도 올림픽 금메달을 조국에 안기겠습니다”

 

흔히‘유도’하면‘한국의 올림픽 메달밭’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최민호와 이원희 등‘유도 영웅’들의 활약으로 매회 올림픽마다 적어도 1개씩의 금메달은 따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 유도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유도 여제’김미정과‘학다리’조민선이 각각 1992년 바르셀로나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무려 18년 간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이 35년 유도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오늘도 선수들과 함께 매트 위를 뒹굴며‘한국 여자 유도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이가 있기에 한국 여자 유도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다.

 

그 주인공은 바로‘유도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며 한국 여자 유도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명장’ 서정복 감독이다.

 

지난 22일 오후 3시께 서울 태릉선수촌 유도 연습장에서 런던올림픽 여자 유도 대표팀의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서 감독을 만났다.

 

경력 35년의 베테랑 지도자인 서 감독은 170cm도 안되는 키에 다소 작은 체격을 가진 50대 후반의 중년 감독이었다.

 

연령과 체격만 놓고 보면 올림픽 대표팀의 수장이라는 이미지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느낌.

 

하지만 짧은 스포츠 머리에 다부진 체격, 부리부리하고 매섭게 빛나는 눈매에는 범접할 수 없는‘포스’가 서려 있었고, 선수들의 실수를 정확하게 집어내며 직접 기술 지도를 하는 모습에서는‘유도계의 마이더스의 손’다운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피눈물나는 노력이 있어도 따기 힘든 게 올림픽 메달이죠. 제가 훈련할 때만큼은 선수들을 눈물이 찔끔 나도록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매서운 눈으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서 감독은 설명했다.

 

사실, 서 감독은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도자 경력만큼은 그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23살의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경신중학교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서 감독은 남다른 열정과 지도력으로 무수한 우수 선수들을 발굴해내며 ‘이름없는 팀’에 지나지 않았던 의정부 경신 중·고등학교를 전국 최고의 유도 명문으로 이끌었다. 지금도 30여 년째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의 수식어가 불필요할 정도.

이처럼 탁월한 지도력으로 지난 2008년 여자 대표팀을 이끌게 된 서 감독은 선수들을 세계 각종 국제대회에서 입상시키며 침체에 빠졌던‘한국 여자 유도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지도자로서 무려 7번의 세계선수권을 거치고, 이번 런던 올림픽 출전이 벌써 3번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사실은 서 감독의 화려한 경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특히 서 감독은 이번 런던올림픽 예선에서 한국 여자 유도가 단 한 차례도 이루지 못했던 전 체급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이러한 서 감독에게 탁월한 지도력의 비결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서 감독은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그저 남들 하는 만큼 훈련하고 쉴 때 똑같이 쉬어서는 절대 남보다 우수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거죠”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훈련 철학을 반영하듯 서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 ‘독종’으로 통한다. 내일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쉬는 날을 반납한 채 코트로 선수들을 불러모으기 일쑤기 때문이다.

화려하지 않은 선수생활…지도자로 명성

각종 국제대회 입상행진 ‘유도계 히딩크’

오로지 훈련 ‘독종’ 전체급 런던행 쾌거

서 감독은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모든 걸 다 쏟아내 후회 없는 성적을 거둔 뒤 다시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경신중·고로 돌아가 후진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또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에도 충실하고 싶고요”라며 씩 웃어 보였다. 35년 지도자 생활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목표인 ‘런던 올림픽’을 위해 오늘도 도복을 입은 채 선수들과 함께 연습장을 뒹구는 ‘독종’ 서 감독의 모습위로 한국 여자 유도의 화려한 부활이 그려지고 있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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