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일보 4월 월례회의에서 특강을 했다. ‘재정위기 극복사례’를 주제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던 성남시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 지를 설명했다.
이 시장은 민선 5기 1년9개월간 빚갚는 일에 전념했다고 했다. 남은 임기동안에도 빚갚는 일에 전념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주재원 마련, 즉 돈벌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2010년 7월, 성남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재명 시장은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5천400억원을 일시에 상환하기 어렵다”며 손을 들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선심성 사업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재정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사건이었다.
당시 1년 예산이 2조원, 연간 가용재원이 2천500억원에 이르는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에 대한 논란은 컸다. 그러나 전임시장으로부터 물려받은 5천4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단기간에 갚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여기에 비공식적으로 집계된 1천365억원의 빚이 더 추가됐다.
이 시장은 모라토리엄 선언이후 부채상환을 위한 긴축예산 체제에 돌입, 예산 절감에 사활을 걸었다. 시민들에게 재정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신규 사업은 일단 접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1천339억원의 빚을 갚았다. 올해는 1천500억원을 갚을 계획이다. 2014년에는 모라토리엄을 완전 졸업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해다.
성남시·용인시 빚 갚느라 ‘허덕’
성남시처럼 무리한 사회기반시설 건설이나 대규모 택지개발을 위해 지방채를 과도하게 발행한 지자체들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있다. 의욕적으로 경전철을 도입한 용인시도 그렇다. 경전철 운행 한번 못하고 용인시는 빚더미에 앉았다.
민자사업자와 오랜 갈등 끝에 올해부터 공사비 5천159억원을 연차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4천420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정부에 승인 신청한 상태다. 지방채를 나눠 발행하더라도 부채 비율의 급격한 상승은 불가피하다. 3월부터는 5급이상 공무원 120여명의 급여 인상분 반납 등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연 2억여원에 불과하다.
인천광역시는 요즘 재정파탄 직전이다. 돈이 없어 공무원 임금을 제때 못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2일 직원 6천여명에게 지급할 급식비·직책수당 등 복리후생비 20억여원을 마련치 못해 하루 뒤인 3일에야 지급했다. 인천시의 임금체불 조짐은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시가 이달부터 공무원들의 시간외수당과 산하기관 파견수당 일부를 삭감하고, 송영길 시장의 연간 직급보조비 1억1천400만원과 간부 공무원들의 성과연봉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인천시의 빚은 올해 말 3조1천8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예산 7조9천983억원의 39.8%에 해당한다. 올해 말 7조3천202억원까지 늘어날 인천도시공사 등 공기업 부채까지 합치면 10조원이 넘는다. 지자체 부채가 예산대비 40%를 넘으면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돼 예산자율권을 잃고 정부 감독을 받게 된다.
인천 10조 빚, 뼈 깎는 자구책 있어야
인천시의 재정난은 이미 예견됐다. 시가 2009년 1천400억원을 들여 개최한 ‘세계도시축전’은 장부상으로만 150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축전 행사에 맞춰 개통하려고 2008년 6월 853억원을 들여 착공한 ‘은하레일’은 부실시공으로 개통조차 못하고 있고, 철거비용만 수백억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문제는 이런 예산낭비 뿐만이 아니다.
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위한 주경기장을 5천억원을 들여 새로 짓겠다고 나섰다. 2002년 월드컵경기가 열렸던 문학경기장을 542억원을 들여 고쳐 쓰기로 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또 2조1천억원이 드는 도시철도 2호선도 2018년 완공하려다가 아시안게임 개막에 맞춰 완공시기를 4년 앞당기기로 하면서 돈을 빌려 쓰고있다. 이 때문에 올해 6천481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한다.
인천시는 지금 벌이고 있는 각종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 정리할 것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또 현재의 재정상황을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당장 뼈를 깎는 자구 노력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 재정파탄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 주민들은 복지혜택은 고사하고 지자체의 빚을 떠안아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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