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진달래꽃

괜찮아, 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이 나를 지나 내 푸른 노트 다 태워 버린 것 가장 찬란한 사랑은 언제나 다 타고 난 가루에서 빛나는 것 한 번의 뜨거움으로 죽도록 꽃은 가루가 되겠지 한 사나흘 비 뿌리는 동안 꽃이 물이 되는 거 그 물이 불을 끄고 돌아서서 다시 푸른 노트가 되는 것 괜찮아, 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 지르고 돌아서서 진분홍 물이 되는 거 알 수 없는 그 고단했던 사랑

 

꽃잎 날리는 모든 이별

괜찮아

 

 

최문자

서울 출생.

<현대문학> 으로 등단.

협성대학교 총장 역임.

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사과 사이사이 새> 등 다수.

시론서 <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 사상의 상승적 해석> 등 다수.

한성기문학상·박두진문학상·한국여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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