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위에 널린 옥양목 호청처럼 눈부신 봄이다. 꽃 피고 잎 돋아 쾌청한 봄은 비로소 완성되었다. 학문을 닦는 선비의 뜰 같이 단아하고 정감 있는 선암사로부터 조계산을 오른다. 명주실처럼 고운 햇살이 사선으로 떨어지고 솟구치는 지기(地氣)에 흙살도 부드럽다. 산뜻한 신록은 풀물 든 계곡으로 흐르며 음표처럼 물소리에 실려 간다. 독새풀 쫑긋이 일어선 논두렁 아래서 정사를 끝낸 종달새와 함께 흐뭇한 여운으로 하산한다. 대나무 숲 사이로 삼보사찰 송광사가 엄숙히 나타났다. 지체 높은 국보56호 국사전은 개방이 되지 않아 올려다볼 뿐, 불일암도 멀고 미련이 남는다. 차라리 까마득 떨어지는 적멸의 해우소에서 부질없는 욕망을 내린다. ‘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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