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내비’로 고스톱 치고… DMB로 드라마 보고
“운전 중에 DMB로 고스톱을 치는게 말이 됩니까.”
지난 1일 경북 의성에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던 화물차 운전자가 사이클 선수팀을 덮쳐 3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진 가운데 DMB를 시청하며 운전하는 개인택시들이 ‘달리는 살인차’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K씨(33·수원시 화서동)는 회사 퇴근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 황당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K씨가 탄 개인택시기사가 시종일관 DMB로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바뀐 신호를 미쳐 보지 못하고 수원 장안문 인근 사거리 반대 방향에서 좌회전을 하던 승용차를 그대로 들이 받았던 것.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탑승해 있던 일가족 3명이 전치 4주 이상의 중상을 입었고, 택시에 타고 있던 K씨도 오른쪽 어깨와 왼쪽 정강이에 타박상을 입는 등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K씨는 “택시에 탈 때부터 택시기사가 DMB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어 운전에만 집중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한 채 운전을 계속했다”며 “이 사고로 한달간 회사 일에도 지장을 받는 등 후유증을 앓았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택시기사들의 DMB 활용법(?)은 한술 더 떠 운행 중 고스톱을 치는 등 심각한 안전 불감 현상을 보이고 있다.
A씨(50)는 얼마전 인천시청 후문에서 택시를 타고 제물포역까지 가는 20분 동안 교통사고가 날까 봐 택시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개인택시기사가 운전 중 운전석 왼쪽에 달린 내비게이션으로 계속 고스톱을 쳤기 때문.
이 기사는 신호라도 걸리면 고스톱 치는데 한 눈이 팔려 진행 신호를 보지 못해 뒤따르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기 일쑤였고, 심지어 천천히 달릴 때는 아예 내비게이션을 보며 고스톱을 쳤다.
A씨는 “승객이 있는데도 이런데 혼자 운전할 땐 어떻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택시의 경우 운행 중 ‘길 안내’ 외에 드라마 시청 등을 위한 DMB를 잠그는 일반 회사 택시와 달리 자유롭게 DMB를 시청할 수 있고, ‘운전 중 DMB 시청을 금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지만 훈시 규정만 있을 뿐 벌점과 범칙금 등 처벌 조항이 없어 DMB 시청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에 민원이 제기돼도 안전관리 소홀 등으로만 ‘주의’를 통보하는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한 택시기사는 “온종일 차에 앉아 있는 기사들에겐 DMB가 유일한 즐거움이라 계속 볼 수밖에 없다”며 “일부 손님들이 DMB를 틀어달라고 해 어쩔 수 없이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해명했다.
김규태 ·이민우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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