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칼럼] 어머니, 꽃구경 가요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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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고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김형영 시인의 ‘따뜻한 봄날’이란 시다. 우리에겐 장사익의 ‘꽃구경’이란 노래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장사익의 애절하고 호소력 짙은 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 밑바닥까지 파고들어 눈물나게 한다. 노랫말 또한 절절하다.

세상이 온통 꽃으로 뒤덮인 봄날, 아들은 꽃구경을 시켜 드리겠다고 어머니를 등에 업고 길을 나선다. 좋아라 하시던 어머니는 산골로 산골로 접어들어 가자, 그제서야 당신이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아차린다. 그리고는 솔잎을 한 움큼씩 따서 그 길 위에 뿌린다. 깊은 산골서 아들이 길을 잃을까봐, 돌아갈 길을 걱정하면서.

장사익의 ‘꽃구경’… 눈물이 난다

자신을 버리러 산으로 가고 있음에도 그 자식이 돌아갈 길을 걱정하며 솔잎을 뜯어 흩뿌리는 어머니….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며 누구나 내 어머니를 생각할 것이다. 이런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구나, 사랑이구나를 절감하며. 언제부턴가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가끔은 눈물이 난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도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자식이 모시려 해도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런 구절을 떠올리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게 되는 진실,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도 바로 그런 자식들의 때늦은 후회를 담아내고 있다. 어머니를 잃어버린 후에야 자신들이 얼마나 무심했는지, 그에 반해 어머니의 사랑은 얼마나 컸는지 그들은 깨닫는다. 또 어머니도 어머니이기 전에 한 인간이고 여자였다는 사실도 절감한다.

장사익의 노래를 들으며, 그 옛날 부모님을 산속에 내다 버렸다는 고려장(高麗葬)을 생각해본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고려장은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2011년 4월 14일 오전10시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의원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은 김모 할머니는 보건소와 시립병원을 오가다 8시간만에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승강장에 주저앉았다. 119 구급대가 10분만에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이 멎었다. 사인은 영양실조와 폐결핵. 3형제를 키워내고 지난해부터 6㎡ 남짓한 낡은 여관방에서 쓸쓸히 지내던 김 할머니는 78살의 나이로 고달픈 생을 마감했다.’

자살·소외 방치는 현대판 고려장

신문기사에서 종종 보게되는 노인들의 우울한 죽음이다. 자신은 못먹고 못입으며 어렵사리 자식들을 키워내고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우리의 부모세대 자살율은 세계 1위로, 2010년에만 만 65세이상 노인 4천378명이 자살했다. 이는 한달 평균 365명이, 하루 평균 12명이 자살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모를 산중에 갔다 버리는 일과, 자살로부터 지키지 못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자살이 아니라도, 늙고 병든 부모를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내맡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 부양이 화두로 떠올랐고, 많은 부모들이 시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자식들은 돈만 대줄뿐 양로원 등에 맡기고 아예 찾지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향에 홀로 계신 늙은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잘해야 명절에나 잠깐 보는 정도다.

효(孝)는 많고 큰 것을 부모님께 드리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부모님의 말벗이 되어주고 같이 앉아 식사를 하는, 그리고 가끔은 손발도 주물러 주는 작은 마음이라는데. 봄꽃이 화려한 요즘, 꽃구경의 의미를 다시 음미해 본다. 고려장은 우리의 그냥 옛 설화인지, 아니면 지금도 우리 곁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닌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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