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백제의 마지막 수도 부여에 갔다. 부소산성에서 낙화암 가는 길은 오월의 햇살과 싱그러운 꽃바람이 동행한다. 천여 년의 세월에도 역사의 길은 지워지지 않아 그 옛날을 가까운 소식처럼 전해주고 있다. 삼천 궁녀가 투신했다는 낙화암에 와서 더욱 믿기지 않는 시간의 전설을 감쪽같이 취득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꿩 소리도 윤기 있고 새잎 돋아나 왕성한 숲은 청춘의 한 시절 같이 울창한데, 백마강 아래 돛단배는 세월의 속도를 위장한 채 유유히 떠간다. 뒷자락에 돌아앉은 고란사는 아늑하고 귀로에 만난 붉은 연산홍은 거나하게 제 몸을 태우며 못 다한 백제의 꿈을 삭였다. (고란약수 한 잔 물고 봄 하늘 한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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