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날씨 계속… 벼 모 타들어가고 과수농가 꽃매미 등 병해충 습격 비상
최근 경기지역 낮기온이 평년을 크게 웃돌면서 곳곳에서 농작물 생육에 차질을 빚거나 병해충 발생률이 높아지는 등 대규모 흉작이 우려되고 있다.
9일 경기도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열흘 가량 경기지역의 낮기온이 25~30℃로 한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때이른 고온현상으로 남양주, 포천 등 벼농사 지역에서는 못자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모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50~60℃에 달하면서 모 끝이 타들어가는 현상이 일부 농가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천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최모씨(66)는 “밤과 낮의 기온차가 커 밤에는 비닐을 씌우고 아침에는 다시 벗기는 작업을 더 신경써서 하고 있다”며 “잠깐 방심하다가는 모가 말라죽어 못자리를 다시 설치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 복숭아 등 과수 농가들도 착과에 이상이 생길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른 더위에 개화기간이 짧아져 충분히 꽃가루가 묻지 못하고, 암술까지 말라 수정능력이 떨어져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특히 화성, 평택 등 경기남부지역 포도농가들은 꽃매미의 습격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꽃매미는 포도나무에 그을음병을 유발하거나 줄기의 즙액을 빨아 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등 포도농사를 망치는 주범이다.
아열대성 해충인 꽃매미는 지난 겨울 기온이 높아 전년대비 월동알의 부화율이 8.3% 증가한데다 최근 고온현상으로 발육속도와 증식속도까지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꽃매미가 경기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됐던 2009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상고온에 따라 못자리는 환기와 통풍에 신경을 쓰고 엽·과채류는 수정장애와 착과불량에 유의해야 한다”며 “병해충 발생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보여 농가들에게 예년보다 일찍 방제에 나설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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