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생각하게 하는 5월. 15일인 오늘은 스승의 날이자 가정의 날이다. 초등 5학년 강명선 선생님, 중등 2학년 김정숙 선생님, 오후미술 홍명섭 선생님. 이렇게 잊지 못할 세 분의 스승이 계시다.
가끔은 스승의 이름을 마음으로 또박또박 새겨 부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주 오윤의 가족도(家族圖)가 1982년의 것이라면 홍성담의 ‘도시 농부 가족도’는 2011년에 그려졌으니 바로 오늘의 가족도라 할 수 있다. 30년의 시차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이 그림은 ‘도시텃밭’을 일구러 나온 어느 가족의 풍경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3남1녀이니 수가 적지 않다. 오윤의 가족도와 달리 홍성담의 가족도는 밝고 화사하다.
가족공동체의 울타리가 여전하고 인물들의 개성도 톡톡 살아 있다. 곡괭이와 호미를 쥔 할아버지 할머니가 힘차고 아직 어린 꾸러기들의 표정도 익살맞다. 입매 눈매는 물론이고 옷맵시도 튄다.
오윤의 가족도에 ‘행복론’을 든 청년이 있었다. 서른 즈음이었으니 지금쯤 아마 홍성담 가족도의 가장쯤 되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 그림과 이 그림의 30년은 행복론을 부르짖던 청년이 정년퇴직을 앞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때는 열혈청년으로 행복론을 소리쳤으나 지금 그는 이론이 아닌 참 행복을 생각한다. 그의 아버지처럼 늙어가는 얼굴과 아버지처럼 꽉 쥔 손에서 우리는 그가 얼마나 자신의 뿌리를 그리워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작가는 가장의 퀭한 눈에 고향 떠난 자의 삶의 허무를 넣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가족은 농촌을 떠나 수도권 어디쯤 아파트 숲 신도시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라고도 했다. 큰아들은 대졸에 실직일 터이니 삽자루 든 표정이 어둡고, 아내는 텃밭에 쇼핑 나온 듯하다.
홍성담의 가족도는 ‘따로 또 같이’의 상황이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가족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끔 이렇게 텃밭이라고 가꾸지 않으면 ‘같이’의 ‘가치’는 사라질 게 뻔하다.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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