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남자]서유라의 ‘아트 북’

어제는 절기상 소만(小滿)이었다. 소만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찬다는 의미가 있다. 이제 모내기철이 다 되었다. 볕이 이토록 따듯하니 농토의 일상이 본격적으로 바빠질 터이다.

그동안 절기나 시대, 역사와 관련한 그림들을 소개했으니 오늘은 마음을 풍족하게 하는 그림을 이야기할까 한다. 마음의 농토를 기름지게 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일이다. 마음이 메마르면 그 사람이 메마르고 가족, 사회 모두 메말라진다.

서유라의 ‘아트 북’은 책그림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책만 그려왔다. 책을 그리는 것이 무에 대수냐 하겠으나 책에 담긴 정신을 표현하는 것이 이 작가의 미학이라면 일견 일리가 있지 않겠는가. 이 작품은 여성에 관한 책만 모아서 그렸고, 하트 모양이다.

그림으로 표현한 서유라의 책은 작품 한 점을 해독하면 바로 이해된다. ‘Erotic Art’를 보자. 이 작품 속 책들은 붉다. 배경도 핑크 빛이다. 책들은 하나의 기표다. 기표는 붉은 소리의 기의로 확산된다. 붉은 책들의 붉은 소리는 색과 상징이며 이 때 색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고 상징은 여성성과 상관한다. 기표와 기의가 만나서 하나의 소리 즉, 외침을 타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외침은 화면 속 책들에 새겨진 텍스트가 보여주는 바, ‘행동성a’이다.

‘여성, 섹슈얼리티, 국가’는 여성주의 시선으로 파고든 제도적 성정체성에 관한 저항적 외침이라면 ‘여성 미술 사회’는 여성이라는 주체가 또는 여성이 주체가 된 미술이 사회와 어떻게 결절을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한국의 풍속화’나 ‘The Erotic Korea’, ‘화가는 왜 여자를 그리는가’, ‘성의 미학’, ‘한국의 성’, ‘우리 몸과 미술’, ‘위대한 페미니스트 울스틴 크래프트의 혁명적 생애-세상을 뒤바꾼 열정’은 그 제목만으로도 작품의 에로틱이 왜 여성성을 상징하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주는 부부의 날이기도 해서 5월 가족의 달의 대미를 장식한다. 서로를 이해하는 삶이되기 위해서는 사랑 안에서 많은 것들이 이야기 되어져야 할 것이다.

김종길 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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