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어린이 ‘데이브’에 '듣는 행복' 선물

소리귀 클리닉 전영명 원장 등 '소이증' 무료수술 선행

“수술을 한 뒤로 아들이 이름을 부르면 절 쳐다봐요. 감사한 이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2006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온 필리핀인 레니벳(34)은 최근 아들 데이브(4)가 한 쪽 청력을 되찾고 TV 앞에서 애니메이션 뽀로로 노래를 따라하는 것을 보고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데이브는 태어날 당시부터 선천적으로 듣지 못하는 ‘소이증’ 때문에 청력장애를 앓아왔다. 이로 인해 듣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다.

소이증은 귀의 외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청력을 잃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언어발달의 장해를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병이었다. 하지만 2010년 남편이 떠난 뒤 미혼모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생활고를 겪는 레니벳은 병원문을 두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데이브에게 뜻밖의 선물을 가져다 준 세 사람이 있었다. 필리핀 선교자 지나, 안산 다문화가족행복나눔센터 김영수 원장, 소리귀 클리닉 전영명 원장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필리핀인들을 돕는 지나가 데이브의 딱한 사연을 듣고 자신이 활동하는 센터에 찾아와 치료를 부탁했다. 평소 외국인들을 어려운 사정을 들으면 자신의 일인양 발벗고 나서온 김 원장은 수소문 끝에 의료협력기관인 소리귀 클리닉(서울 강서구 화곡동) 전영명 원장에게 사정 얘기를 했고, 데이브가 청각을 찾을 수 있도록 무료로 수술해주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

데이브는 지난 16일 오른쪽 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전 원장은 향후 왼쪽 귀 수술은 물론 재활치료, 언어훈련까지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들 걱정에 얼굴에서 미소와 눈물이 떠나지 않았던 레니벳은 “데이브에게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치료가 끝나면 필리핀으로 돌아가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수 원장은 “힘든 수술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소리를 듣게 돼서 기쁘다”며 “봉사자로써 어려운 외국인을 도울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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