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남자] 정직성의 ‘망원동 연립주택Ⅲ’

일요일과 월요일은 한 주의 끝과 시작으로 읽힌다. 오죽하면 월요병이 있을까. 석가탄신일이었던 어제 월요일은 그 전날의 일요일에 붙어서 연휴를 늘렸으니 참 좋았을 터.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 산과 바다에서 삶의 자유를 만끽했으리라.

서울과 경기, 인천은 수도권으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산다. 인구 밀집도가 세계에서 손꼽힌다니 얼마나 많은 인구가 좁은 땅에 몰려 사는지 알 수 있다. 땅 좁고 사람 많으니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이 주거다.

 

정직성의 ‘망원동 연립주택Ⅲ’은 한 때 도시의 주거문화를 대표했던 연립주택들의 풍경이다. 한국 사회는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집의 구조를 뜯어고쳤다. 초가에서 슬레이트로 바꿨고 아궁이에서 보일러로 교체했다. 통째로 허물고 정체불명의 양옥을 권장했다. 동서양의 ‘양(洋)’을 섞은 이상한 양옥(洋屋)들이 농촌을 점거했다. 도시는 양옥을 허물고 연립주택을 세웠다. 70~80년대 도시풍경의 거개가 연립이었다. 아파트의 탄생은 강남 개발과 맞물렸다. 1990년대 초반의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아파트를 일반화 시켰다.

작가는 ‘신림동-연립주택’, ‘삼청동-주택’, ‘용문동-연립주택’, ‘성내동-연립주택’의 경우처럼 실재 장소를 명기함으로써 회화적 리얼리티의 해석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장소의 실재성은 이미지의 추상적 구조를 색채나 구도, 원근의 해체와 ‘큐비즘’의 입체주의적 경향과 같은 순수 미학적 해석으로만 수렴되는 것을 경계하도록 한다.

그가 ‘주거기계’라 명명했듯이 그의 인식에는 근대 이후 한국 사회를 배회하고 사라졌던, 그럼에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재개발 정책에 밀리는 상태로 남아있는 생태·변종적 주거공간의 건축적이며 구축적인 미학에 대한 성찰이 깊게 배어있다.

삶은 지속되고 있지만, 지우고 세우기를 반복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살았던 장소들에 대한 기억을 상실했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갈 ‘기억’의 고향이 필요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