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일정한 자본을 기반으로 소유와 노동이 분리된 상태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보급하며, 소비주체인 정부나 가계와는 구별되는 독립적 경제 단위이다. 그러나 기업이 자본과 노동 그리고 기업가 정신만으로 원활한 경제활동을 하고 지속 가능한 존재로 살아 남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사회적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양질의 헌신적인 노동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법에 정한대로 근로조건을 제공하고 세금 내고 친환경적 생산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을 넘어, 좁은 의미의 경제산업논리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폭넓은 사회적 책임을 기업에게 묻는 것이 최근의 대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다국적기업이 번성하기 시작한 1960년대 말 내지 1970년대 초부터 대두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기업의 자기규제모형으로 자리 잡았다. CSR정책은 기업활동을 입법정신, 윤리기준, 국제규범 등에 맞도록 하며, 소비자, 근로자, 지역사회, 주주, 공공영역의 모든 구성원들 그리고 환경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CSR을 둘러싸고 장기적으로 기업이윤을 보장해준다거나, 기업고유의 경제적 역할을 왜곡한다거나, 눈가림에 지나지 않다거나 또는 힘센 다국적기업이 정부 감시를 피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등 여러 주장이 난무하지만 그 필요성은 확고해지고,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경영 리스크 관리에 필수
초기에는 자선기부 활동 정도로 이해되었던 CSR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경영의 리스크 관리나 브랜드 차별화에 필수적 요소로 여겨지게 됐다. 최근 들어서 기업들은 CSR을 가치창출의 원천으로 삼으며 다양하고 고도화된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임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게임 미디어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인다. 게임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사회병리의 진원으로 지목되면서 불가피해진 측면 또한 있어 보인다.
우리 게임기업들은 소외지역 어린이 문화지원,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진피해 돕기, 어린이·여성야구단 및 바둑 등 마인드 스포츠 지원, 지적 장애아·소아암환자를 위한 SW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게임기업을 설립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역동적이고 다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게임기업들이 외형의 성장과 더불어 사회공헌활동에 투입되는 예산과 시간을 나날이 늘려 나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게임 사회적 위상 제고에 한몫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게임을 디지털 시대의 필수 문화미디어로 인식하기보다는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불순세력처럼 여길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게임기업들로서는 많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폄하되고 공격 받는 것을 받아 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선, 기부, 이벤트, 봉사와 같은 초기단계의 사회공헌활동에서 진화해 가치공유적이고 가치창출적인 게임 CSR이 전개된다면 상황은 예상과 달리 쉽게 호전될 수 있다. 게임기업의 성공과 우리 사회의 복지는 상호의존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때 게임을 보는 눈은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게임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으로 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게임 CSR의 내용이 풍성해지면 풍성해질수록 게임산업의 파이는 더 커지게 되고, 우리 사회는 보다 게임 친화적으로 될 것이며, 게임의 사회적 위상은 드높아 질 것이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