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했다가는 점점 더 멀어지는 ‘두 눈’

가정주부 이수빈씨(35·가명)는 최근 아이를 혼내다 깜짝 놀랐다. 5살 아이의 한쪽 눈이 밖으로 치우친 것. 아이의 눈이 작은 데다 평상시 눈이 돌아가는 현상을 찾아볼 수 없었고 또래 아이들처럼 사물이나 사람을 알아볼 때도 큰 문제가 없어 충격이 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더니 ‘간헐성 외사시’라는 진단을 받았다.

■ 멍할 때 눈 돌아가고, 삐딱하게 바라보면 의심

정상적으로 정면을 볼 때 옆에 있는 물체를 볼 때 두 눈이 대상을 향해서 나란히 정렬돼 있어야 정상이지만 물체가 이동할 때 따라보는 두 눈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것을 사시라고 한다. 아이가 평소 괜찮더라도 피곤할 때나 울거나 웃을 때, 멍한 상태로 먼 곳을 바라볼 때 이따금 눈이 귀 쪽으로 돌아간다면 간헐성 외사시일 확률이 높다. 또 TV를 볼 때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보거나 외출 시에 눈부셔하며 한 쪽 눈을 찡그려도 간헐성 외사시를 의심해봐야 한다. 부모라면 아이의 눈 움직임과 행동에 관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없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큰 통증이나 불편함이 없는 이상 그냥 넘어가기 때문이다.

■ 치료 없이 방치하면 각도 더 커져

최근 간헐성 외사시를 간과할 경우 장기간에 걸쳐 사시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주연 한림대성심병원 안과 교수가 대한안과학회지에 발표한 ‘만 16세 이후에 처음 진단된 간헐외사시’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2001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외사시로 진단받은 환자 중 만 16세 이상이면서 10년 이상 안과 진료 또는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10년 전 외사시 수술을 받았다 해도 오랫동안 방치한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72.6%인 53명이 큰 편위각을 보였다. 유아기부터 간헐성 외사시가 있는 환자가 방치되면 융합상태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사시각 크기도 증가한다는 얘기다.

■ 심리적인 문제를 나타나기도

안과학회 보고에 따르면 간헐성 외사시를 앓는 아이가 사시가 없는 아이에 비해 정신질환 발병률이 2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원인으로는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이 간헐성 외사시의 발병여부를 모른 채 “왜 집중하지 않느냐?”고 묻는 등 다그치게 되면 아이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2차적으로 우울장애나 적응장애가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빠른 시기에 수술을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다.

■ 수술이 필요하다면 10세 이전에 교정해야

간헐성 외사시는 우선 비수술적인 치료방법을 쓴다. 눈에 잘 맞는 안경착용이 우선이며 약시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비수술적치료는 한계가 있어 상당수가 수술을 통해 교정 받고 있다. 사시 교정이 늦어지면 발달 장애를 가져올 수 있고 약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로 조기에 진단을 받으면 사시로 인한 시력장애가 줄어들 수 있다. 10세 이전에 교정을 받으면 보험 적용을 받는 이유도 조기 교정을 해야만 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수술적인 방법은 눈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인 외안근을 강화시키거나 약화시켜 안구의 위치를 정확하게 바로잡는 방법이다. 수술 시기는 아이의 눈 상태에 따라 결정되며 치료효과는 좋은 편이다.

도움말=이주연 한림대성심병원 안과 교수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