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魂… 도자에 담을 것”

광주서 5대째 가업 잇는 청담 한기옥 사기장

“물질적인 것 보다는 작품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혼을 담고 싶습니다.”

광주시 도척면에서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고집쟁이 사기장 청담(淸淡) 한기옥 도예가(56).

광주 ‘나들이식물원’ 정상 부근에 위치한 허름한 두동의 작업실 앞에서 희끗희끗한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덥수룩한 수염에 허름한 개량 한복 차림으로 예술가의 기운을 풍기며 서있는 그를 만났다.

한 사기장은 조선조 말 도편수였던 한영석 선생을 시작으로 240여년간 광주에서 5대째 대를 이어 도자기를 만들어 오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흙을 놀이감 삼아 온몸에 흙을 묻히고 놀면서 자연스레 부친의 어깨 너머로 물레질을 배웠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부친 고 청담 4대 한창문옹은 1984년 일본 오사카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당시 아사히 신문에 대서 특필 되었을 정도로 국내외에 명성을 떨친 국보급 대가다.

부친 밑에서 혹독한 수련을 쌓은 한기옥씨 역시 1993년 대전엑스포에서 열린 한일 분청교류전에서 한창문옹과 함께 한국대표로 참가할 만큼 뛰어난 도예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또 김대중 前대통령의 재임 시절 한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한 선생의 분청사기를 선물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주문제작으로만 작업을 한다는 그는 2004년까지 초대전을 펼치며 활동을 해오다 최근에는 개인전 출품용과 도자 박물관 전시용, 김대중아트재단의 요청이 있을 때 기증을 위한 작품 작업을 한다.

10여년 전부터는 광주의 도예인 50여명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광주도자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고 광주 도자의 맥을 잇기 위해 경기도자박물관내에 마련한 상설 전시관에서 ‘청담도예’ 부스를 설치하고 일반인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현재의 자리(광주시 곤지암읍 곤지암리 43의1번지)에 석유와 가스, 전기가마 5기를 설치하고 전통 가마 설치를 준비하며 새둥지를 튼 그는 전통가마가 설치되는 금년 가을, 비영리법인 ‘참교육’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도자학습체험장을 운영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 사기장은 “도자는 자연 속의 흙, 불, 그리고 도공의 혼이 어우러져 사람이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만들어 낸 창작물이다”이라며 “물질적인 것 보다는 작품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혼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한상훈기자 hs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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