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가는 농심 “오! 하늘이시여”

저수지 바닥 드러내고… 양파 등 농작물 말라 비틀어져

“당장에라도 비가 오지 않으면 1년 농사 다 망치게 생겼어요”

11일 낮 12시께 화성시 송산면 육일리의 한 농장. 농장주 이갑배씨(64)는 마른하늘을 바라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곳에서 45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이씨는 20일이 넘도록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논에 옮겨 심어야 하는 모는 모두 말라 비틀어졌고, 그나마 심어놓은 배와 양파, 감자 등은 발육되지 않아 수확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3만3천여㎡의 논과 밭 가운데 1만여㎡에 심어놓은 배는 10월 수확을 앞두고 평년보다 굵기가 4분의 1가량밖에 자라지 않았다.

벼는 아예 모내기 자체를 하지 못했고 감자와 양파 등은 주력상품이 아니지만, 이씨는 이 배를 10여년 전부터 줄곧 대만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었기에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씨는 “지하수도 퍼올릴 만큼 퍼올려 더는 사용할 수도 없다”면서 “수돗물이라도 논과 밭에 끼얹고 싶지만, 수돗세가 겁나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푸념했다.

앞서 오전 11시께 찾은 화성시 봉담면 덕우저수지는 그 많던 물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휑한 바닥을 드러낸 채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었다.

92만4천㎡의 드넓은 면적에는 물 대신 군데군데 잡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으며, 바닥은 물기 하나 없이 갈라진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덕우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주변 573㏊ 농지들은 논과 밭에 댈 물이 없어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또 용인 기흥저수지 역시 계속된 가뭄으로 물이 말라붙으며 주변 낚시터가 휴업하는 등 산업전반으로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경기지역에 가뭄현상이 20여일 넘도록 지속되자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달 31일부터 비상대책반을 꾸려 화성과 수원, 이천, 여주, 포천, 연천 등에 농업용수를 재활용한 퇴수를 양수기로 퍼올려 재공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해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도 “혹시 모를 가뭄 장기화에 대비해 농업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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