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넝쿨장미

초록빛 철책 밖의 소란한 분위기를 훔쳐보며

날마다 목을 내밀다 이윽고

손 짚고 철책을 넘는다

하나 둘 환하게 웃음을 터드리며 뻗어가는 손길

누굴 붙잡으려는가

철책 밖의 사랑을 찾아

밖으로 밖으로만 성숙하는 욕망

머리를 빡빡 깎아 골방에 쳐박아둔 바람난 딸이

돌쩌귀 문을 박살내고 뛰쳐나가듯

넌출진 가지마다

땀 냄새에 섞여 묻어나는 풋풋한 살 냄새

날카로운 살갗을 잊고 있는 듯

사내의 소매를 잡는다

 

 

김기영

인천 출생

인천교육대학교·인하대 대학원 졸업

시집 <갈잎나무 숲의 소나무> 외 다수

국제펜인천지역위원회 회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