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놀이는 숙명적 관계에 있으며, 재미가 둘을 잇는 핵심이다. 놀이가 지닌 재미의 힘은 위대하다. 약 3천년 전 리디아 사람들은 ‘하루는 먹고, 하루는 놀이를 하면서 굶어’ 18년 대기근을 견뎠다고 기록은 전한다. 놀이는 사람의 기본기능이며 본질은 재미라고 네덜란드의 문화학자 호이징가(Johan Huizinga, 1872~1945)는 주장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카이와(Roger Caillois, 1913~1978)는 놀이에는 바둑과 같은 경쟁성 놀이 아곤(agon), 노름과 같은 사행성 놀이 알레아(alea), 연극과 같은 역할 놀이 미미크리(mimicry), 롤러 코스터와 같이 현기증 나는 일링크스(ilinx) 등 4가지 형태가 있는데, 재미는 이들이 다양하게 섞여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놀이를 만들고 재미를 충족시켜 왔다. 최근 꿈의 사회가 전개되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재미를 지닌 놀이가 등장했다. 오늘날 전세계를 장악한 재미나는 놀이는 두말할 필요없이 게임이다. 미국의 게임디자이너 맥고니걸(Jane Mcgonigal)은 요즈음 젊은이들은 21살이 될 때까지 1인당 평균 1만 시간을 게임에 쓰고,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일주일에 30억 시간을 온라인 게임에 소비하며,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라는 게임 한가지에 사용한 시간만 593만년이나 된다고 말한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약 2천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사회이며,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게임들은 주로 인터넷에서 즐기기 좋으며, 세계적으로 명품 대접을 받는다.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상·증강현실의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제작비가 투입돼 만들어진다. 아곤(Agon·경쟁), 알레아(Alea·운), 미미크리(Mimicry·모의)가 잘 배합돼서 효과적으로 일링크스(Ilinx·현기증)의 상태를 창출, 재미에 몰입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게임은 이 시대의 문화적 기반이자 담론의 꽃이며, 생활의 반려자가 되었다. 게임엑소더스라고 할 정도로 사회의 주력인 40대 이하가 게임으로 몰리고 있다. 영향력에 비례해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야 사회는 균형 잡히고 건강해진다. 안타까운 것은 일각에서 게임을 사회악의 원천처럼 몰아가는 무책임함이다. 게임을 하면 뇌가 짐승처럼 된다고 비과학적 주장을 하거나, 학교폭력의 주범이라거나, 아이를 망친다고 막연히 말할 뿐, 과학적 검증과 합리적 해법 모색에 소홀한 것이 걱정이다.
지난 6월 하순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와 게임문화재단은 게임 부작용에 관한 국제학술회의를 공동개최했다. 게임몰입에 관한 현황, 접근, 임상적 기준 등을 놓고 4인의 해외 전문가와 6인의 국내 권위자들이 참가해 열띤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게임의 부작용은 병적 사용(pathological use), 문제 있는 사용(problematic use), 의존(dependency), 탐닉(addiction), 강박적 사용(compulsive use), 광적 사용(mania)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됐다. 게임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지닌 양날의 칼과 같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고, 뇌와 행동에 어느 정도 유익하고 유해한지는 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논점들이 소개됐다.
이번 게임국제심포지엄의 의의는 크다. 단순획일적이고 도식적으로 게임의 부작용을 재단하지 않고, 과학적·의학적·임상적 접근으로 해법을 찾아가자는 시도가 이제 막 체계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가해 정기적으로 열리고, 문화적 담론이 보강된다면 우리 게임문화의 미래는 밝다. 특히 게임은 다양한 사회적 집단에게 긍정적 기능을 하는 것은 물론 영향력 있는 한류로 자리잡을 것이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前 문화체육관광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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