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대한민국 두물머리

조금씩 물고 내려오네

지구별 새벽 문이 열리면 아침새들의 떼가 날아올라

아직 잠이 덜 깬 하느님이 쏘는 순금빛 햇살 속에서

금강산 깊숙한 곳에서

북한강 한 자락

태백산 깊숙한 곳에서

남한강 한 자락

그리하여 그리운 입술을 대네

북한강 물의 육신과 남한강 물의 육신

아주 수줍게

아무도 몰래 아주 잠깐

포옹을 하네, 뜨겁게

함께 파도치며 흐르기 시작하네

대한민국 서울을 적시고

적시고 서해바다

드넓은 태평양을 적시고

춤추듯 휘돌면서

온 지구의 사막 다 적시고 가네

가문 땅과 땅 사이

번득이는 날치들이 솟아오르는 생의 다리를 놓네

마치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하나의 무지개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하나의 손처럼

하느님과 지구를 이어주는 하나의 실안개처럼

 

 

정성수

1945년 서울 출생

<시문학> (1965년), <월간문학> 으로 등단

중3때 낸 첫 시집 <개척자> 이후 <사람의 향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기호 여러분> 등 다수

동포문학상·경희문학상·한국문학 백년상(제1회)·

앨트웰 PEN문학상 수상

<한국시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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