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평구 갈산동 421-1번지 콜트-콜텍의 기타노동자들이 해직과 공장폐쇄에 저항하며 투쟁한지 2천1일째 되는 날이다. 전 세계 기타 시장의 30% 점유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자랑했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은 것은 노동조합의 탄생 때문이었다.
2007년부터 정리해고를 시작했고 2008년에 공장을 폐쇄했으니 5년여가 되었다. 지난 5월 18일 서울고등법원은 ‘부평공장이 폐쇄되기 전까지는 정리해고이고 이후는 사업폐지로 인한 통상해고’ 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긴박한 경영상에 의한 해고라는 판결의 기준은 어이없다. ㈜콜트-콜텍은 2008년부터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같은 이름의 공장을 세웠고, 악기판매업체인 ㈜기타넷까지 운영되고 있으니 말이다. 명백한 위장폐업이지 않은가!
문제는 노동자들이다. 해고와 폐쇄로 노동자들은 기약없이 길거리로 내 몰렸다. 이것은 엄연히 노동자에 대한 박해다.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은 박해를 피할 피난처조차 구하지 못하고, 그들이 일했던 공장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4조에는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 가서 피난처를 구할 권리와 그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콜트-콜텍의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해야 할까? 그들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망망대해를 노 저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 앞에 드넓은 물결을 가로지르는 철책이 가로놓여 있다. 철책은 드세고 거대하며 날카롭다. 위협적이다. 그들은 결코 철책을 넘지 못할 것이다. 배는 표류할 것이고 사람들은 굶주릴 것이다. 세찬 비바람을 만나거나 끝내 정착지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손 내밀어야 하고 안아주어야 한다. 이부록의 그림은 바다를 황토 빛 마른 대지로 표현하고 보트피플(Boat People)을 푸른 물결로 표현한 것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희망은 노동이고 노동자다. 노동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는 그들의 공장이 다시 환하게 불 켤 수 있도록 힘을 더하는 일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