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에서 놀자] <1>문화,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관계의 미학

경기일보-경기도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

문화원은 전국 총 229개 문화원이 설립되어 광역단위 16개 지회를 통해 묶여있으며 연합회라는 기구를 통해 전국문화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거대문화조직으로서의 자기 위상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문화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이라는 법률에 의거, 지역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특색 사업을 구상하고, 그것을 현실화함으로써 지역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원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연구, 조사, 발굴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 사업으로 삼았다. 대문에 그 지역을 알려면 문화원을 통한 접근이 가장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도의 경우 빠른 속도로 마을이 해체되고 새로운 도시형태가 정립됨에 따라 외부 인구가 영입되고, 그 지역을 빠져나가는 등 인구 구성원의 변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인구 구성원의 변화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틀거리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그동안 살고 있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의 분위기와 생활 형태가 다른 지역 사람들의 유입으로 인해 일정 부분의 변화가 생긴다. 건물이 헐리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기존 주택이 재정비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도 하고, 자립적 경제구조를 영위해 오던 지역 경제가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지역의 위상을 높이기도 하며 이른바 ‘베드타운’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문화가 ‘사람들의 총체적 삶의 모습’이라는 정의에 동의한다면, 지역 구성원이 바뀐다는 것은 사람들의 구성원이 바뀐다는 것이고, 구성원이 바뀐다는 것은 그 지역의 문화적 양상이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경기도 문화라는 것은 사람들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의거, 문화원이라는 네트워크 조직이 어떻게 사업을 전개하고, 어떠한 시대적 흐름에 맞추며, 어떤 모양을 갖추어야 하고, 그것이 지역문화의 차원을 넘어 광역단위인 경기도 내에 어떠한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적 역할이 강화되고 지역의 문화정책 생산구조가 지역 정가에 맡겨지기도 하면서, 문화원이 가져가야 할 지역의 역사적 바탕에 근거한 문화정책 생산기능을 소홀히 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경기도 문화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사업이 지역의 문화적 흐름에, 경기도의 문화적 흐름에,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 세계적 문화 흐름 속에 어느 지점에 서있는지 점검해야한다. 유형, 장르, 대상, 소재에 따라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이에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는 경인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인 경기일보와 공동기획을 통해 31개 시·군에 분포돼 있는 문화원의 다양한 문화사업의 적극적, 심층적, 반성적 분석 및 정리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 기획을 통해 향후 변화하는 문화적 양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망과 비전을 발견하고 이미 형성돼 있는 31개 시·군 문화원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도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니즈(Needs)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단초를 찾고자 한다.

본 기획은 4개의 키워드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 번째는 문화원형(문화유산, 역사문화인물, 자연환경, 지역민들의 삶과 정서가 반영된 민담 설화 등)을 기초로 한 도시브랜드 형성의 사례를 발굴, 현재 전개되고 있는 문화원들의 사업을 심층 분석해 사업 소개 및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향후 어떤 비전과 대안마련이 가능한지까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두 번째는 31개 시·군 문화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사업 또는 지역축제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으며, 현재의 문화 흐름 속에 어느 지점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가 심층적으로 분석될 예정이다.

세 번째는 앞서 말했듯이 ‘관객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도민들의 문화적 향유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하며, 문화예술을 깊이 있게 향유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실시 중에 있다. 우리는 그것이 현재의 문화 예술적 흐름 속에 어느 지점에 와 있으며 향후 대안과 비전 마련을 위한 단초를 찾고자 한다.

그것을 통해 마지막으로는 어떤 의미에서 해체되고,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 탄생된 마을 공동체의 회복과 건강한 마을 공동체 확립을 위한 사업 유형을 소개하고 분석해서 문화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가야 할 새로운 마을의, 도시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것은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과 문화를 통해 활력을 얻고자 하기 위함이다. 또한 여행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의 ‘낯섦’과 그것으로 인한 문화적 충격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가지고 있는 편안함과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를 가건 크게 다르지 않은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문화는 ‘사람들의 삶의 총체’이다. 사람들의 생각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문화적 양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결국 경기도의 문화적 정체성은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찾아야 하며, 그 관계를 통해 창출되는 역사·문화·사회·예술적 형태의 다른 이름이다.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모호해졌다.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누가, 무엇이 결정하는가?’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는 이번 기획을 통해 31개 시·군 문화원을 통해 전개되는 사업이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형성되고 전개되며,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내는 문화가 어떻게 경기도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있는가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문화적 양상이 어떻게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문화와 세계적 문화흐름의 어디에 접점을 두고 있는가를 밝혀내는 중요한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상종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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