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공공공사 발주 부진과 주택경기 위축으로 국내 건설 수주액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건설업체는 해외건설 수주가 유일한 희망이다.
주택과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향후 10~20년내에 회복 불가능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건설사들이 비상경영 고삐를 더욱 강화하고 수주확대를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업체 수는 유지되고 국내 건설 수주 물량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건설 수주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해외역량 강화를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조직개편과 해외 네트워크 강화,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 해외건설 수주 5천억 달러 달성
지난 1965년 11월 태국 고속도로공사 수주로 해외 첫 진출한 우리 건설사와 근로자들이 열사의 사막과 미지의 정글, 혹한의 오지를 오가며 50년 가까이 노력한 결과, 지난 6월 해외건설 누적수주액 5천억달러의 위업을 달성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65조1천억원 수준에 달해 국내 건설 수주액(103조5천억원)의 60%를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해외건설이 국내 수주고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건설 수주는 지난 2006년 107조3천억원에서 5년 뒤 103조5천억원으로 4조원 가까이 감소했지만 해외수주는 지난 2006년 18조원대에서 지난해 65조원대로 3배이상 급증했다.
국민총소득(GNI)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국내건설은 지난 2006년 11.8%에서 지난해 8.3%로 낮아진 반면 해외건설 수주액 비중은 2.0%에서 5.2%로 크게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3천19억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60%에 달하고 있으며 제2 시장인 아시아는 싱가포르, 베트남을 중심으로 1천479억 달러를 수주해 전체의 3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중남미와 아프리카가 각각 165억, 164억달러로 3%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 등 기타지역이 186억 달러로 4%를 차지했다.
공종별로는 플랜트 건설이 2천683억 달로의 전체의 54.1%에 달해 확실한 주력 부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건축은 1천206억달러로 24%, 토목은 929억달러로 18%, 엔지니어링 등 기타 부문이 195억 달러로 4%를 차지했다.
■ 국내 수주 물량 한계… 해외건설이 살길
대형건설사들이 앞다퉈 해외건설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중소건설사나 전문건설사들은 이들 대형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 참여하고자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및 해외건설 수주를 수십여년간 주도해 온 현대건설은 현재 736건에 829억달러를 수주해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개발사업본부 인력을 국내외 영업본부로 재배치했다.
부서간 중복업무를 없애고 해외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베네수엘라 지사를 신설, 해외지사가 총 21곳으로 늘었다.
해외건설 수주에서 현대건설을 추격하고 있는 GS건설도 해외영업망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각 사업본부의 해외영업 조직을 해외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국내영업총괄, 경영지원총괄에 해외영업총괄이 추가돼 3개 사업 본부장 체제로 재편됐다.
이와 함께 외국인 직원을 해외 영업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임원과 관리자급으로까지 채용을 확대했다.
GS건설은 올해 28%에 머물러 있는 해외 수주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70%로 확대한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포스코건설은 해외 신시장 개척을 위해 당장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포커스(Focus) 국가군과 중장기적으로 사업 기반을 육성할 필요가 있는 인큐베이트(Incubate) 국가군으로 세분화해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포커스 국가군인 베트남과 칠레는 각각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육성하고 중국과 인도는 글로벌 구매거점과 설계센터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브라질·중동·아프리카 등의 지역은 인큐베이트 국가군으로 정해 향후 사업영역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특히 5조원 규모의 브라질 CSP 일관제철소,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건립 등 해외에서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업단을 편성해 발주처 상황에 따라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발주처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주고를 올리는 데 실효를 거두고 있다.
삼성물산이 개발한 ‘프리콘(Pre-Constructure) 서비스’는 사업기획에서부터 설계 검토, 기술 타당성 분석, 공기 산정, 예산 산출 등을 발주처에 서비스하는 시스템이다. 삼성물산은 이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인도에서 초고층 프로젝트인 월리타워를 단독 수주했다.
또 삼성물산은 국내기업간의 저가수주 경쟁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참여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내 시장은 한계, 세계를 품어야”
“국내 건설시장의 한계가 온 만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를 위한 전방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의재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사무처장(60)은 “대형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수주에 집중하면서 일부 중소건설사나 전문건설업체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사무처장은 “중소건설사나 전문건설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영업력에 한계가 있다”며 “발주 단계 이전부터 최종 대금 회수까지 해외수주를 전체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사무처장은 “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도 중요하지만 기술, 인력, 장비 등이 해외에 나가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치상으로 해외건설 수주가 5천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하지만 국내 건설업체나 관련 종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처장은 “일부 건설사가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 저가 경쟁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교량 건설이나 내부 인테리어 등 중소건설사가 부분적으로 해외건설 수주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처장은 “현재 도내 5천여개 전문건설업체 중 해외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2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며 “장기적으로 5천여개 전 업체가 해외건설 시장에서 활약해야될 때가 온 만큼 정부는 관련 인프라 조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