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흥,그 길을 묻다] 침체의 늪 ‘허우적’ 건설사, 출구를 찾아라

경기도내 A건설은 최근 안양시에서 135가구의 소규모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을 보류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업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A건설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어렵다 보니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이 되고 있다”며 “소규모 아파트의 경우 분양 성공 가능성이 작아 아예 주택사업을 접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때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최대 견인차였던 건설업이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많은 건설 물량을 제공해 왔던 민간 주택부문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로 인해 크게 위축된 데다 PF 부실에 따른 금융권의 홀대로 민자사업마저 잇따라 중단 또는 취소되면서 일감 확보 자체가 어려워졌다.

또 다수의 중견·중소 건설업체들도 줄줄이 퇴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건설업의 위기는 몇 가지 수치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행의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의 성장률은 -6.9%로 외환위기로 건설업 경기가 침체했던 1999년 -7.1% 이후 최저치다. 건설업 성장률은 2010년 4분기 -3.2% 이후 4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GDP 내 건설투자의 비중도 지난 2005년 18%에서 올해 1분기 13.1%까지 추락했다. 취업자 중 건설업 종사자의 비중 역시 지난 2004년 8.1%에서 올 1분기 7.2%까지 떨어졌다.

또 대한건설협회 조사 결과 국내건설공사 수주액은 지난 2002년 83조1천억원에서 2007년 128조원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110조7천억원, 올 1분기 33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경기도 소재 종합건설업체의 공공 공사 수주액은 전년 동기대비(6천148억원) 19.5% 감소한 4천950억원으로 수주비중이 금갑하는 등 지역건설업체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건설사의 부도율도 여전히 높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평균 업종별 부도율은 건설업이 5.54%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경공업(2.50%), 중공업 (2.47%), 서비스업(1.95%), 도소매업(1.9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 평가 상위 150위내 건설사 가운데 지난 6월말 현재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업체는 모두 25개사(워크아웃 18곳·법정관리 7곳)에 달한다. 6곳 중 1곳 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과 2009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업체는 모두 8곳에 불과했지만 이후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로 구조조정을 받는 건설기업 수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 들어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가 법정관리로 넘어간 경우도 우림건설과 풍림산업, 벽산건설 등 세 곳에 이른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주택 건설업자가 인구당 제일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과잉이다”라며 “새로운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에 맞춰 건설업계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건설업계에 구조조정 공포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산업 위축의 원인을 국내외 경제 침체, 정부 정책 미흡, 공급 과잉과 높은 분양가 등 복합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인구구조와 가구 수 변동에 따른 주택수요 감소도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전망도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밝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하반기 국내 건설 수주는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급증 영향과 민간 수주 위축, 주택건설경기 둔화, 작년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할 전망”이라며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는 지속되고 있으며 지방 시장은 상승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반면, 공급 물량은 일정 수준 유지되면서 시장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인터뷰] 일용직노동자 이상규씨

“건설현장 근로자 임금만 10년째 제자리 값싼 외국인노동자에 밀려 공치기 일쑤”

“5~6년 전만 해도 한 달에 최소 20일은 일했어요. 지금은 15일 일하면 많이 한 거에요.”

성남에서 11년째 일용직노동자로 일해 온 이상규씨(38)는 건설경기와 함께 현장의 근로자들도 무너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감이 없다는 것. 매일 오전 4시 반이면 새벽시장에 나가지만 하루걸러 하루씩은 공사장으로 가지 못한 채 돌아서야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철근공 기술을 갖춘 그의 일당은 남들보다 2만원 정도 많은 14만원. 건설현장에 발을 들인 지 10년이 지났지만 전혀 오르지 않았다. 근무일이 적은 탓에 월급 200만원 넘기기가 어렵다.

“10년 동안 아파트 값은 2배, 3배씩 올라갔는데 현장 근로자의 임금은 10년 넘게 제자리에요. 그나마도 없어서 못하고요.”

그러나 일감이 없는 이유가 경기침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일감이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몰리는 게 진짜 문제라는 것. 건설사가 내국인에 비해 일당이 5천원~1만원정도 낮은 외국인을 선호하는 게 그 이유다. 그는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내국인 근로자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건설현장의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정해져 있는데 이가 지켜지는 현장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법의 보호망과 근로조건에서 비켜나고 외국인노동자에게 내몰리며 근무일조차 보장되지 않은 게 일용직노동자의 현실”이라며 “고된 일조차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빈곤층으로 몰락해 갈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건설현장에서 법이 지켜지도록 기관 차원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상식’은 그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면 노사공(勞使公)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자는 것.

“건설경기불황의 늪이 깊다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짐을 조금씩만 나눠 짊어지면 벗어나기 좀 더 쉽지 않을까요?”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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