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수원 화성행궁 낙남헌서 ‘기생-화젯거리' 공연
이처럼 쓰라린 민족의 가슴을 위로했던 기생들. 하지만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의해 ‘매춘부’로 왜곡되고 전락돼 버린 그들이 18일 오후 6시30분 수원 화성행궁 낙남헌에서 다시 한 번 예기(藝妓)이자 의기(義妓)의 면모를 되찾는다.
“지금의 화젯거리는 케이팝이잖아요. 조선시대 화젯거리는 기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을 기획한 안영화 수원예기보존회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일제에 의해 천기(賤妓)로 왜곡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기생의 예술성과 여성성, 의로움 등 긍정적 이미지를 되살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공연 제목도 ‘기생-화젯거리’다.
안 회장이 기생에 주목하게 건 우연히 수원기생 김향화를 알게 되면서였다. 김향화는 3ㆍ1운동 당시 수원의 만세운동을 주도했다가 일제에 붇잡혀 옥고를 치렀던 인물.
“TV에서 우연히 김향화라는 기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르더라고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사회로부터 온갖 천대를 받으며 ‘또 다른 여성’으로 살아가야 했던 그 기구한 인생…. ‘내가 그때 태어났다면 그와 같은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안 회장은 조선시대 예기의 모습부터 의기로 거듭난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 기생의 모습까지 차례로 보여준다. 또한 단순히 춤만 나열하는 것이 아닌 영상과 가락, 퍼포먼스 등을 결합해 무용극으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용을 어려워 하잖아요. 어떤 통계를 보니까 일반인이 한국무용을 접하는 경우가 35년에 1번 정도 밖에 안되더라고요.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실 안 회장의 연출 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기껏해야 이번 작품이 3번째. 그런 그에게 연출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것은 조흥동 경기도립무용단장이었다.
“도립무용단 창단 멤버로 20년 가까이 무용수로 활동해 오다 2년전 나오기 전까지 조흥동 선생님께 제 무용의 전부를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꺼예요.”
무용수에서 연출가로, 이제 서서히 연출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안영화 회장.
안 회장은 “인문학도시, 관광도시, 축제의 도시 수원에 걸맞게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며 “수원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수원의 숨은 이야깃 거리, 화젯 거리를 더 많이 찾아내는 것이 생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 문의 (031)246-6737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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