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다문화도서관 협력프로그램 ‘다문화요리’
교육은 학습자로 하여금 지식과 기술 따위를 배우고 익히도록 하면서 학습자가 속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과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활동을 말한다.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센터의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은 문화예술을 통해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도드라진 특징을 갖는 특정지역 학습자들에게 지역주민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과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 수원 화서동 ‘다문화도서관’에서 진행된 ‘다문화요리’ 프로그램은 이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다문화요리’ 프로그램은 결혼이주여성들과 중도입국이주청소년, 그리고 화서동의 선주민이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서 이 사업의 주관단체인 ‘못골문화사랑’은 프로그램의 목표를 ‘다문화가족의 소통지원’과 수원지역의 ‘다문화마을기업 모델 제시’라고 밝히고 있다.
다문화교육에 대한 관점을 짚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사회의 지형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은 현재 정부주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는 저출산과 노동생산력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10년 간 적극적인 노동이주와 결혼이주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없는 정책이 대부분 그렇듯 다문화정책은 수많은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탈지역화와 소통단절로 인한 사회불안이 인구비율의 2.5% 이상으로 늘어난 이주민들 때문이라고 보는 인식이 관련 시민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널리 퍼져가는 듯 보인다. 흉악범죄율의 상승과 실업률 증가가 이주민들에 의한 것이라는 근거는 어떤 지표에도 나타나지 않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일부 경제약소국 이주민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에 대한 선정적 언론보도는 사회불안에 대한 불만을 이주민들에게 향하도록 만든다.
물론 이주민들과 선주민들의 사회적 갈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와 복지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북유럽의 경우에도 문화와 언어가 다른 동유럽과 아랍계 이주민들에 의한 사회적 갈등이 최근 크게 불거지고 있고, 히스패닉계 중남미 이민자들에 대한 미국 사회의 갈등은 이미 오래된 문제다. 관용과 자유, 박애, 평등을 대외적으로 천명해온 프랑스의 국민들조차 오랜 경제난과 실업문제에 부닥치자 그 원인을 정부의 다인종ㆍ다문화를 조장하는 무분별한 이민 정책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이 되다보니 각 국 정부는 사회갈등을 통합으로 이어가려던 그간의 교육적 문화적 방식을 재점검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 흐름 가운데 하나가 파리8대학의 마르틴 압달라-프렛세이 교수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오랫동안 사회학적, 이념적, 인식론적 통념으로 짓눌려온” 상호문화주의와 그 교육에 대한 주목이다.
마르틴 교수는 상호문화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만남을 배우는 것”이며, 따라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물ㆍ사람ㆍ사실의 특성이 아니라 그들이 보는 방식, 그들의 표현과 표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다원사회에서의 시민교육의 목표는 전체성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과 관련된 개별성들이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절차와 과정, 즉 “발견과 만남 속에서 공동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과 단일성과 배타성이라는 방식이 아니라 충성의 다원성에 따라 새로운 시민적 관계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라 제안한다.
그간 우리나라 시민으로의 편입ㆍ통합ㆍ동화를 목표로 해온 많은 다문화교육들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생각해볼 때 마르틴 교수의 제안은 이주민 비율이 전체 인구의 2%를 넘어섰고, 점점 늘어나는 국제결혼과 이주 2세대, 3세대로 이어지는 다문화가정의 증가 추세를 고려해볼 때 다원사회가 현실이 된 우리사회 시민교육의 대안으로 검토해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
못골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못골문화사랑’과 화서동의 ‘다문화도서관’이 함께 운영하는 ‘다문화요리’ 프로그램은 중국과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17명의 참가자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자국의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눠먹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원은 몇 년 새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급속히 높아졌고, 최근 벌어진 흉측한 살인사건으로 이주민에 대한 지역 선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화서동 다문화도서관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줄곧 화기애애했다.
이선아씨는 더 나아가 앞으로 “여러 나라 출신의 엄마들이 자녀들과 함께 하는 ‘엄마나라 말로 하는 구연동화’와 같은 프로그램이 열리면 좋겠다”는 제안까지 했는데, 언어소통의 어려움은 없겠냐는 질문에 “그림이나 목소리, 표정 등을 통한 느낌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마르틴 교수가 제안하고 있는 다원사회의 시민교육으로서의 상호문화교육 원리로 작동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상위 목표와 윤리적 가치가 과도하여 자칫 놓치기 쉬운 참가자들의 긍정적 학습동기를 조직하고 있다. 또한 학습과정상의 즐거움뿐 아니라 참가자 상호간의 긍정적 소통의 관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이 가르치는 것은 중국이나 베트남,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만드느냐가 아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각자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그것을 어떻게 요리하는지를 서로 나누면서, 모국이 같다고 취미와 문화가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과 취미와 문화가 다르다고 해서 생각이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혀가고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개별성들이 존중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 참여 그룹의 보편성이며, 따라서 공동의 가치 역시 보편성 안에서 새롭게 찾아야 한다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한복이나 전통음식과 역사들을 알아야 우리나라의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같은 피부와 말을 쓰고, 같은 제도 안에서 초중등교육을 하고서도 서로 벽을 쌓고 소통을 단절한 채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돌이켜 볼 때, 이주민들은 사회의 노동생산력이나 출산율을 높여주는 도구적 존재들이 아니라, 다른 피부와 언어와 문화권에서 자랐지만 새로운 관계 안에서 정을 쌓으며 삶을 소통하는 이웃이 될 수도 있음을 다문화도서관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그 가능성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강원재 OO은대학연구소 1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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