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반추- 웃기돌 같은 여자

내 아내는 돌이다.

홍수로 패인 냇가에 지천인 돌,

그 중에 모나지 않는 둥글납작한 돌 하나가

울 집에 왔다.

고이 씻겨 베란다 양지 장독대에 얌전히 앉아 있다.

하늘 높고 햇살 따사로운 가을날,

아내는 예쁘게 채색된 콩잎을 따다가

한 웅큼씩 쥐기도 담그기도 좋게 단을 묶고

옹기 항아리에 채곡채곡 넣어 간장을 붓는다.

콩잎이 간장 물 위로 뜨지 못하게 눌러두는 돌, 이 돌이 웃기돌이다.

시커먼 짠 간장에 온통 절이고 배여서 콩잎을 삭힌다.

콩잎과 똑같이 자신도 함께 몇 달 동안을.

하도 무뚝뚝 하길래 삼십 년을 돌아돌아 캤는데, 이게 아내아이가?

웃기돌 같은 그 여자!

 

 

손수여

경북 경주 출생

<해동문학> <시인세계> 로 등단

<한국시학> 제1회 신인작품상 수상

시집 <내 아내는 홍어다> <웃기돌 같은 그 여자> , 수필집 <나누고 싶은 생각> 평론집 <국어어휘론 연구방법> <현대국어 색상어의 현대 의미론> 등 다수

국제펜한국본부·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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