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니 아이들은 신바람 나네~
■ 자연과 예술의 만남 ‘생태망치 상상망치’
모두들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찼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곳, 지난 1일 판교생태학습원 체험학습실에 모인 20여명의 아이들은 신바람이 났다.
이날 수업 주제는 ‘대중교통’. 대중교통의 종류를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서로의 눈치를 보는지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내 곧 “버스요!”, “택시요!”, “전철이요!”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이렇게 시작된 수업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하나 둘 상상의 가지가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지름길임을 체득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은욱 학습원 전시과장은 “주 5일제가 실시되면서 전국적으로 토요문화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자연과 예술을 접목시킨 생태학습을 하는 곳은 판교생태학습원이 유일하다”며 “교과서 밖 생태교육 및 생태미술 활동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생태망치 상상망치’는 어린이 예술창작활동을 기반으로 한 이론과 실기가 결합된 프로그램이다. 교육대상과 연령대를 고려해 물, 에너지, 생물다양성, 재활용, 대중교통, 지구촌 시민의식, 건강한 삶 등 7개 토픽을 선정, 8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 기수의 마지막 주에는 그동안 참여했던 모든 아이들이 함께 특별전을 연다. 이때에는 예술가와 아이들의 상상력이 합쳐진 개성 넘치는 결과물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이 과장은 “전시까지 마지막 과정이 끝나면 아이들이 자아존중감도 높아지고 생태와 미술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과 열정이 커진다”며 “특히 지난 모든 과정을 정리하는 전시회는 아이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시간 이론 강의가 끝났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창작시간. 아이들의 눈빛이 한층 더 반짝거린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판넬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등 작품 만들기에 열중했다. 그림의 주제는 대중교통과 관련해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 수업이 미술 수업이긴 하지만 꼭 그리기를 혹은 만들기를 잘해야 하는 게 아니예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나름대로 뭔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아이들과 창작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구민자 작가의 말이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표현한다든가, 버스가 미리미리 섰으면 좋겠다든가, 굉장히 큰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든지. 덕분에 아이들의 그림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들은 미술을 통해 자연과 생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자연을 위해) 뭘 실천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처럼 예술작품이나 작가와의 만남는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준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하나 더, 자연의 소중함을 덤으로 가져간다.
“새로운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자유롭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가장 좋았어요. (창작을) 해보니까 환경이 그만큼 오염돼서 우리가 오염되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이라도 환경을 아껴줘야 할 거 같아요.”
‘생물다양성’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주형민군(안말초 2년)의 얘기다.
아이들은 일정한 양의 물만으로 생활을 해보면서 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솔방울과 같은 자연물을 이용해 좋아하는 동물을 만들어보며 생물다양성에 대해 알게된다. 또 1주일간 모아온 온갖 재활용품으로 만든 상상작품은 우리 주변에 아주 작고 쓸모없어 보였던 물건들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 만든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유지영 주부(37·성남 분당구)는 “생태와 예술을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아이가 어려서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가 신기해 하고 몸으로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주제를 이미지화 하는 것에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것 같고, 에너지에 대해 배운 주에는 일주일 내내 콘센트를 뽑고 다닐 정도였다”고 좋아했다.
판교생태학습원은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대표적인 자랑거리 중 하나는 520㎡ 규모의 실내 온실이다. 온실 공간은 크게 열대 과수원과 난대 식물원, 고사리원 등으로 구분된다. 열대 과수원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망고, 파파야, 구아바, 바오밥 나무 등이 이국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테마 전시관의 경우, 1층은 숲과 나무를 주제로 한 초록마을, 2층은 하늘·물·동물과 신재생 에너지를 주제로 한 파란마을과 하얀마을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김종규 판교 생태 학습원 홍보팀장은 “이곳에서는 평소 아이들이 책으로만 접했던 숲, 습지 공간의 생태계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며 “터치 스크린, 게임 등 흥미로운 체험놀이를 통해 환경시설이나 신재생 에너지 등과 연관한 정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어린이 생태 해설가를 양성하는 ‘어린이 에코 도슨트’, 재활용품을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청소년 에코 아티스트’,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생태학교’, ‘자연 먹거리’, ‘에코 런닝맨’과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은욱 전시과장은 “앞으로도 학습원을 생태와 예술이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생태와 문학이 만나고, 생태와 음악이 만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생태문화축제를 열 생각이다”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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