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그 사람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고 했다. 경기도청 공무원으로 살아온 A의 평판이 그랬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됐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밖으로 알려진 그의 범죄 사실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피의자는…(특기자인) 아들의 과외 레슨비로 매달 60만원씩 모두 4천800만원을 받고…혐의다.’
B는 다들 부러워하던 교수 출신이었다. 3년전 퇴직 때까지는 그랬다. 그 후부터 혼자 살았다. 아들과 딸의 미국 유학을 위해 재산과 아내까지 보냈다. 그런 그가 혼자 살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홀로 남은 외로움에 술을 많이 마셨고 결국 쓰러진 것 같다”고 발표했다. 광주發 뉴스 제목은 ‘기러기 아빠,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이었다.
왜들 이렇게 살아가는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500만원짜리 강남 과외는 못 시킨다. 하지만 50만원짜리 동네학원이라도 보내려 한다. 대학에 가라고 잔소리하려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아서다. 별장 같은 집까지 얹어주는 호화유학은 보낼 순 없다. 하지만 내 집이라도 팔아 유학 경력은 붙여 주려 한다. 그래야 영어 스펙이 판치는 세상에서 기죽지 않고 살 것 같아서다.
사교육비 40조원 시대를 사는 99%의 아버지들이 이렇다. 유학비 15조원 시대를 사는 99%의 어머니들이 이렇다. 모든 걸 주고 떠나도 좋은 ‘가시고기’ 인생들이다. 이들에게 대학은 우골탑(牛骨塔)이 아니라 인골탑(人骨塔)이다.
1% 특권 세습하려는 범죄
그런데 이 99%의 인내를 폭발하게 하는 일이 생겼다. 돈자랑도 부족해 불법까지 뒤섞어 특권을 세습하려던 ‘일부 1%’의 얘기다.
외국인 학교를 보는 시선은 안 그래도 곱지 않았다. 외국인 학교로 허가 냈는데 내국인이 넘쳐나는 것도 이상하다. 대학보다 비싼 연간 5천~1억원을 내며 귀족학교 티 내는 것도 역겹다. 국민 혈세 지원받아서 부유층 뒷바라지하는 꼴이니 불합리다. 학사도 멋대로 경영도 맘대로인 운영체계도 희한하다. 결국 ‘돈’과 ‘특권’이라는 두 개의 화두로 귀결되는 얘기다.
이러던 외국인 학교가 99%의 분통을 제대로 건드렸다. 국적 위조, 시민권 위조를 통해 부정입학을 해왔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는 실상이 어처구니없다. 멀쩡한 한국 아이의 국적이 시에라리온(Sierra Leone), 온두라스(Honduras), 과테말라(Guatemala)로 돼 있다. 브로커들이 위조한 이런 서류들이 입학원서랍시고 제출됐다. 그리고 멀쩡히 통과돼 합격했다.
이런 능력과 배짱을 부린 능력자들이 누굴까. 대충 흘러나온 면면이 이렇다. H 자동차 전 부회장의 며느리, 국내 굴지의 로펌 소속 변호사, 대기업 상무 부인, 골프장 소유주, 투자 업체 대표…. 수사 대상 60여명 중 몇몇만 들었는데 이 정도다. 1%의 특권을 누려온 사람들이다. 다 들통난 이 순간에도 병원에 누워 ‘수사특권’을 기대하는 이도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불법 입학으로 얻으려 한 게 뭘까. 외국인 학교는 졸업과 동시에 국외 대학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토익 준비한다며 밤새워 공부할 필요 없다. 이런저런 자격 만든다며 맘고생 할 필요도 없다. 외국인 학교 졸업장이 곧 국외 대학 응시자격이다. 그렇게 쉬운 방법으로 국외 대학 졸업생이 되려 했을 것이다. 그렇게 돌아와 1%의 특권으로 살아가려 했을 것이다. 특권의 세습이다.
부모처벌 하고 입학 취소해야
‘Occupy 1%’(1%를 점령하라)’를 외칠 생각은 없다. 돈으로 교육할 수 있는 것도 특권이다. 그 특권을 받고 태어난 것도 복(福)이다. 기회의 균등으로 한계 지어진 자본주의의 평등이란 게 원래 그렇다. 하지만 이때의 특권과 복도 절대 넘어선 안 되는 울타리가 있다. 법(法)이다. 법을 벗어난 특권과 복은 죄다. 죄에는 벌이 따르는 게 순리다. 불법으로 특권을 누린 부모들은 업무방해죄로 기소돼야 맞고, 그 혜택으로 복을 누린 자녀들은 입학취소돼야 맞다.
말로만 떠들어 온 공정사회, 그 작은 시험대가 지금 검찰 손에 쥐어져 있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외국인 학교 부정입학, 99%는 또 아프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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