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에서 놀자]<9>시흥문화원,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

항일 독립운동 현장 돌아보며 '제2 이강토' 꿈꾸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 각시탈 ‘붐’이 불었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 ‘각시탈’(1977년)을 드라마화한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의 힘이 크다. 드라마 주인공 이강토는 일제강점기 민족영웅으로 위안부로 끌려가는 처녀들을 구하기도 하고, 한일합방식을 초토화시킨다. 그리고 일본인에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이강토는 초등학생들의 영웅이 됐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초등학생들이 각시탈을 직접 만들거나, 구입해 “이 각시탈이 용서치 않을 것이야”라고 외치는 ‘영웅놀이’가 인기다. 또 인터넷에서는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양국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각시탈’의 코스프레 인증샷들이 높은 클릭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제2의 이강토’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있다. 지난 9월 15일 시흥지역 어린이 120명이 항일 독립운동의 장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둘러보는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에 참가해 아주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 역사 조기교육, 빠를수록 좋다

시흥문화원(원장 정상종)이 주최한 제3회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은 토요 프로그램 홍수 속에 여타 프로그램과는 궤를 달리 한다. 우선 포커스가 ‘항일’, ‘독립’이다. 다소 어려울 수도, 딱딱할 할 수도 있는 주제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정에서 소홀했던 역사교육을 문화원에서 체계적으로 시켜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야심작이다.

지난 7월 22일 첫번째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8월 10일까지 총 45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3회 프로그램에는 시흥 관내 120명의 초등학생이 대거 참석했다.

재잘재잘 떠들던 녀석들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도착하자 일순간 조용해졌다. 독립운동가들의 수형기록표를 전시해 그들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전시관 2층 민족저항실에 들어선 아이들은 애국심에 감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일제강점기 보안청사과의 지하 취조실과 각종 고문현장을 둘러보고선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또 극악무도한 일본의 만행에 흥분해서 성토했다.

정규광군(12)은 “드라마에서 일본 순사가 조선인을 대못상자에 가둬 발로 굴려서 못에 살이 찢기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장면을 봤는데 여기 와서 진짜 대못상자를 보니 가슴이 아프고 섬뜩하다”며 “머리를 욕조 물속에 처박아 물고문을 하고 불로 살을 지지는 악랄한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은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강제징용, 고문현장, 창씨개명 등 일제시대 고통을 겪었던 역사를 살펴보면서 역사책으로 느낄 수 없는 아픔을 함께 느꼈다. 또 일부 학생들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마련한 태극기 핸드프린팅 이벤트에 참여해 애국심을 공고히 했다.

1시간 넘게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둘러본 아이들은 대형 태극기 앞에 섰다. 드라마 ‘각시탈’에서 이강토를 필두로 몇 천 명의 조선인들이 각시탈을 쓴 채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것처럼 아이들도 각시탈을 쓰고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 ‘민족의 영웅’ 안중근을 만나다

조국 독립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역사 현장을 둘러본 아이들은 서둘러 남산에 있는 안중근의사기념관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안중근을 잘, 그리고 친숙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구한말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가 참담한 종말을 맞고 있을 때 침략의 원흉인 이토히로부미를 처단해 우리 민족의 혼과 기개가 살아있음을 세계 만방에 알린 ‘민족의 영웅’으로 말이다.

안중근의사기념관 중앙홀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대형 좌상을 보곤 조용히 참배했다. 이어 안중근의 생애와 활동, 사상과 정신·자취를 꼼꼼하게 둘러보며 위대한 독립투사였을 뿐 아니라 탁월한 정치사상가이기도 했던 그의 삶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흑백 사진 속 안중근은 여전히 대한민국 꿈나무들의 영웅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뤼순 감옥에서 행해진 안중근 의사의 사형장면을 둘러보며 그의 최후 유언을 읊기도 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르도록 일러다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김정은(9)양은 “사진 속 안중근 의사가 힘들어 보여 마음이 좋지 않다”며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죽인 것 말고도 나라를 위해 여러가지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 시흥에서 ‘제2의 이강토’를 꿈꾸다

시흥문화원의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다. 사전에 시흥 지역 역사전문가로부터 역사문화강의를 듣고 주요 역사현장을 둘러보고 퀴즈도 풀고, 역할극 활동으로 역사인물로 변신해 보는 등 그야말로 전천후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의 역사탐험을 지역 언니, 오빠들이 발 벗고 나서 돕고 있다.

고3이지만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형재영군(19)는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으로서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 동생들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개인적으로 무척 소중하다”며 “어린 학생들이 한중일 삼국의 동양평화를 원했던 안중근 의사의 생명평화정신을 이어받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성장한다며 지금과 같은 독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같이 모든 일정을 같이 한 하세용 시흥문화원 사무국장은 “중국 속담에 ‘자식에게 만권의 책을 사주는 것보다 만리의 여행을 시키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말이 있다”며 “직접 보고 듣는 현장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주는 속담으로 역사교육만큼은 조기교육이 중요하고 학생들이 기초 역사교육과 현장교육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 그리고 민족정체성을 갖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역사의 무관심과 잘못된 역사교육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에 시흥문화원은 부족한 예산으로도 자라나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안목과 호연지기를 키워주기 위해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을 진행하고 있다. 좋은 프로그램이 내년에도 예산 문제없이 지속돼 시흥에서 ‘제2의 이강토’가 많이 배출되기 기대해 본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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