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 간다. 고추잠자리는 파란하늘에 몽실거리고 떠 있는 흰구름을 놀이터 삼이 바람 미끄럼틀을 타고 논다.
이번 가을,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독서는 탄생과 열매에 대한 이야기를 권하고 싶다.
열매는 맺어질 때 매운 여름과 가을볕을 받으며 그 열매를 단단하고 튼실하게 만든다. 그 열매는 누가 왜 심었을까 생각을 던지며 전래 동화 두 편을 읽어 보자.
한 편은 ‘숯 달고 고추 달고’ 라는 제목을 가진 동화이다. 제목 속에서 아기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라는 것을 숯이나 고추가 금줄에 달기 때문에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삼신할머니가 그 탄생을 도와준다고 전해진다. 그러면 삼신할머니는 어떻게 선발되었을까. 하늘나라의 명진공주와 바다나라의 용궁공주가 삼신할머니를 서로 하겠다고 다투는데 옥황상제는 과연 어떻게 둘 중 하나를 선발 했을까.
또 금줄에 여자아이는 숯과 솔잎을 남자아이는 숯과 솔잎, 그리고 고추를 다는데 그들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서 풍덩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자.
‘녹두 할아버지와 토끼’는 조금 의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부지런한 할아버지가 산비탈에 녹두를 심었다. 그런데 토끼가 녹두를 훔쳐 먹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꾀많은 토끼에게 번번이 골탕먹고 마는데 누가 내 집에 무엇을 훔쳐 먹는다는 관점과 토끼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수단으로 농부들이 가꾼 작물이나 산속 열매를 먹고 살 수 밖에 없다면 과연 토끼는 잘 한 것일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가볍게 지나갈 문제도 다른 각도에서 슬쩍 바꾸어 생각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필자도 어린 시절 ‘서리’를 한 적이 있다. 과수원에 서리를 하거나 등굣길에서 무밭에 무를 뽑아 한 잎 베어 물면 좋지만 내 것이 아닌 경우는 작물의 주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 요즘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풍습으로 자리잡은 ‘서리’는 추억 속에서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가을 산에 올라가 밤을 한 개 주워 먹거나 도토리를 주우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책상위에 둔 도토리 두 알이 마를 때까지 아이의 기억 속에는 그 가을이 소중히 자리해 남을 것이다.
이 가을에는 열매가 익어가듯 생각도 깊어지며 자라는 내가 되어 보자. 문의(031)257-5067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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