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사ㆍ통역ㆍ주부 1인 3역 활약 필리핀 최에밀리씨
“여러분들은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닙니다!”
광주시 열린상담소(소장 김영호)에서 한국인과 결혼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 가고 있는 외국인 새내기 주부를 대상으로 한국 생활의 빠른 적응을 위해 영어강의를 하고 있는 최에밀리씨(26·여).
필리핀 4년제 대학에서 금융학도의 꿈을 키워가던 최에밀리씨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건 지난 2007년이다.
언니의 초대로 여행차 한국을 찾은 그녀는 인생에서 제일 우선시했던 ‘성공’에 대한 꿈 대신 가족의 ‘사랑’에 인생을 걸었다.
필리핀 아티네오디 가가얀디오르 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하며 금융인으로 성공하겠다는 야망을 가졌지만 현재의 한국 남편과 결혼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적응기가 만만치는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다른 외국인들처럼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목욕탕 출입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이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담스런 시선을 받을 때는 정말이지 너무 힘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에밀리씨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언제까지나 사람들의 이목만 신경쓸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기로 작정한 그는 관내 5개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영어스쿨’ 강사로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물꼬를 튼 그녀는 광주소방서가 전국 최초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프로그램’에서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전문강사로 일하는 기회도 얻었다. 또 열린상담소에서 매주마다 열리는 ‘다문화가족 영어교실’에서는 가정주부는 물론 어린이, 청소년에게 무료로 영어교습을 하고 있다.
특히 자기계발을 위해 경안교민센터에서 컴퓨터과정을 이수하던 중 우연히 만난 롯데월드 관계자의 눈에 띄어 현재는 롯데월드 프리미엄 몰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통역하는 일을 담당하는 당당한 커리어우먼까지 그녀의 도전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최에밀리씨는 “외국땅에 와서 느끼는 외로움은 겪어보지 않고 서는 누구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더 이상 방 속에 갇혀 지낼것이 아니라 스스로 먼저 한발 다가설 때 외국인이 아닌 대한민국의 주부로써 당당히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한상훈기자 hsh@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