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에듀 클래스]<13> 경기도박물관 ‘뮤지엄 창의 공작소’

박물관 전시유물이 어린이 손에서 꿈틀꿈틀 …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정지된 시간을 머금은 유물과 다양한 인류 모형, 동물 박제품 등이 밤이면 되살아난다는 가정하에 벌어지는 일대 소동을 다뤘다. 가라앉은 무거운 공기와 침묵해야만 할 것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박물관이 친근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그려진 것이 관객 호응을 얻은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박물관의 변신(?)이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난달 22일 찾은 경기도박물관에서는 작은 용 수십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흥미를 자아내는 용트림의 주인공은 바로 도박물관이 토요일에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수강생들이 오토마타 기법으로 만든 형형색색의 용들이다.

▲ 박물관의 유물 활용한 만들기로 활기 가득

한가로운 정취가 풍기는 도박물관의 야외 전시공간과 매점을 지나 들어선 회의실.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섯 개 책상에 나눠 앉아있는 초등학생 20여 명은 오토마타의 원리를 도입한 각종 예술작품과 실생활용품을 촬영한 영상물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

“대박”이라고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영상물을 보기 전에 자신이 직접 만든 용을 두 손으로 잡고 움직이며 친구에게 자랑하느라 분주하다.

영상물 상영이 끝난 후 회의실에 불이 켜지자 강사(에듀케이터)의 지시가 떨어진다. 연습한 오토마타 원리를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아이디어 이미지를 그리고 직접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이 말에 모든 학생이 손으로는 책상 위에 어지러이 쏟아져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머릿속은 복잡한지 눈동자를 연방 돌리며 중얼거린다.

창작 이미지 그리기에 돌입한 어린 친구들에게서 귀여운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정유진(광지원초 5년)양은 “이제 무엇을 만들지 고민인데 오토마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며 “첫 수업에는 너무 어려웠는데 매주 배우면서 조금씩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파란색 용의 오토마타를 만들었던 주태민(대청초 6년)군은 “엄마랑 매주 토요일 박물관에 온다. 모르는 친구들이지만 같이 만들고 수업 후 전시장이랑 야외에서 함께 놀면서 친해졌다”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는다.

이 학생들은 경기도박물관이 올 초부터 10주 과정으로 한 기수당 30여 명을 모집해 무료로 진행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뮤지엄 창의 공작소’의 수강생이다.

토요일이면 박물관이 자리 잡은 용인뿐만 아니라 광주와 성남, 평택 등 도내 각 지역에서 참여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찾아온다.

아이들이 수업을 받을 동안 학부모는 회의실 밖 매점 및 휴식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날 6학년인 딸을 데리고 온 유윤정(39) 어머니는 “토요일 오전 늦잠자는 것보다 공기도 좋은 곳에서 창의적이면서 수리능력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며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돼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갑자기 토요일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져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그나마 손품 팔아서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됐지만 놓치는 학부모도 많은 만큼 이런 것을 보여주는 정리된 통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 공간적 기능을 살린 차별화된 프로그램 기획해야

도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공모한 토요문화학교 사업에 선정, 올 초부터 국고 보조금 2천만원을 들여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 5일 수업 전면 시행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주어진 토요일 시간을 겨냥한 예술 창의교육수업인 것이다.

경기문화재단 주관으로 도내 18개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문화 소외계층 30%를 우선 선발한다.

기관마다 프로그램 내용이 다른데 도박물관의 경우 아이들이 관람한 전시 유물을 ‘오토마타’와 ‘옵티컬 토이’로 만드는 과정이다. 솟대와 백자철화용 무늬항아리, 초상화, 민화 등을 활용한 오토마타 만들기를 배우는 것이다.

여기서 오토마타(automata)는 자동기계 즉, 스스로 작동하는 기계를 의미한다. 옵티컬 토이는 빛과 사물의 운동원리를 활용한 광학 놀이장치다.

이들 모두 단어 자체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 분야로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만날 수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솟대, 장승, 꼭두 등 다채로운 전통인형이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자격루(自擊漏)와 같은 것도 존재했다.

현대예술로서의 오토마타와 옵티컬 토이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이들이 그 개념을 이해하고 직접 제작하는 등 놀이와 문화예술이 결합한 형태의 교육을 통해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정경미 에듀케이터는 “처음에는 마냥 어렵게만 느꼈던 학생들이 반복적으로 개념과 제작 기법을 듣고 매주 직접 만든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제법 신선한 아이디어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 교육이라는 측면과 교육 장소가 학교나 학원이 아니라 열린 문화예술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창의성과 폭넓은 사고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존에 유물 수집 연구 조사 기능이 우선시됐던 박물관이 현대인의 변화한 라이프 스타일로 교육 기능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박물관에서 연간 주요 사업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꼽을 정도다.

하지만 박물관의 교육프로그램은 성별, 계층, 연령, 지역 등에 따라 교육 대상의 흥미와 관심이 서로 다르므로 교육 과정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공통점이라면 참여자가 능동적이라는 점이다. 전시나 학교 교육과는 달리 이용자가 직접 선택해 참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도 박물관은 올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뮤지엄 창의 공작소를 운영하면서 전시장에 갇힌 유물을 살아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이른 아침 자녀를 수업에 참가시킨 후 3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부모들 역시 교육 프로그램의 차별화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다만, 이날 수업 강사와 학부모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던 ‘홍보 부족’은 쏟아지는 토요문화예술교육 가운데 차별성을 알리고 도박물관의 친근감을 높이는 일환으로 깊게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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