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은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당신이 울고 싶을 때 나를 불러라.
그러면 나는 당신과 함께 울어줄 수 있다.
당신이 웃고 싶다고 느낄 때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필요치 않을 때에도 역시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나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다.
▲ 낮은 문턱의 작은 도서관 운동이 중요한 이유
이웃의 윤리를 생각하고, 환대(歡待)하는 마을을 상상하는 무수한 표현들 가운데 이토록 멋지고 감동적인 표현을 나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성의 본질이란 결국 책임감과 연대라고 할 때, 위 표현은 그것에 대한 공동체의 관습과 법도를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사람과 장소에 대한 새로운 가치의 전환을 꾀하고, 그런 가치의 실현을 실생활의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적용하고자 한 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장소를 바꾸는 ‘통합예술’을 구현하고자 했던 셈이랄까. 이 작은 예만 보더라도 왜 꾸리찌바가 존경의 수도(首都)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사례에 대한 과도한 낭만화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품위 있는’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마을공동체 사업이 시급한 우리 실정에서 꾸리찌바 사례가 좋은 참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화와 예술에 기초한 마을 커뮤니티 사업이 다른 무엇보다 사라져가는 또는 비어가는 (공적) 공간을 정비하여 ‘사람’을 채워넣는 일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누구랄 것 없이 삶의 목표를 잃은 정신적 난민(難民) 신세와 다를 바 없는 우리 현실에서 이와 같은 가치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동네가 키우는 아이들, 동네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마을 커뮤니티(community) 형성이라는 가치의 전환이 시급하다. 19세기 영국 여성시인 메리 보탐 호위트가 썼듯이, ‘신이 우리에게 아이들을 보내는 까닭은 / 시합에서 일등을 만들라고 보내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 프로그램 지속가능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만남, 소통, 교육의 장소로 활용되는 작은 도서관의 이용자는 마을 아이들과 주부들이지만, 주요 프로그램 대상자는 아이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현재 작은 도서관 10곳이 운영 중인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다원예술과 책이 만난 작은 도서관 이야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30~40대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약자) 엄마들을 대상으로 다원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북(Book)새통 UCC’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영상, 책, 미술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부들이 육아(育兒)의 고민은 물론 ‘나’와 마을 이야기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동네에 대한 애착을 높이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프로그램 진행은 마포공동체라디오(FM) 활동에서 배출된 숨쉬는문화예술교육 ‘자몽’의 강사들이 맡았다. 참여한 주부들은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해 마을의 일상을 탐색하고, 작업 결과물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게 된다. 초등학생 및 청소년과 진행하는 다른 프로그램은 라디오방송 제작 등을 경험한다는 점이 다를 뿐 큰 차이는 없다.
고양작은도서관협의회 다원예술과 책이 만난 작은 도서관 이야기 프로그램에서 아쉬운 점이 바로 이 점이었다. 차후에 이 사업을 진행할 때는 작은 도서관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서 ‘마을강사’ 육성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설계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쉽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마을 어른들을 중심으로 한 내부역량을 강화하고 도서관의 비전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작은 도서관 운동이 추구해온 육아공동체로서의 설립 목표는 ‘내 아이주의’라는 이기심 때문에 정체될 수도 있다.
도서관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우리는 아직도 학교와 동네에 도서관을 짓는 운동조차 ‘기적’을 운운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육아·보육 예산 등을 참여예산제를 통해 ‘지원’하는 게 아니라 ‘투자’한다는 프레임으로 주민들을 설득한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 같은 정책적 프레임 형성과 후속 지원책이 요구된다.
작은 도서관 내부에서도 자체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함께 비조합원에 대한 문호개방을 통해 커뮤니티 외부로 시선을 확장하려는 열린 마음을 통해 마을 커뮤니티의 안과 밖을 상상하고 사유하면서 ‘환대하는 마을’을 실천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마을의 작은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책이 아니라 인간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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