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에듀 클래스]<15>'公ㆍ私교육' 경계에선 문화예술교육

상상력ㆍ창의력 시대…지역특성 살리는 맞춤형 문화교육 절실

대입과 취업을 위한 ‘국영수’ 중심의 획일적인 공교육으로 미술과 음악, 체육 등 예체능 교육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창의성을 요구받는 시대에 창조적이고 유연한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예체능 교육이 필수란다. 자녀가 안정된 직장과 경제적 성공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만 바른 인성을 길러 스스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도 함께 바라니, 진퇴유곡(進退維谷)이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이 공교육과 사교육 가운데에서 진행되는 이유다. 학교와 그 밖의 경계에 선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이에 본보는 도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획 취재 ‘비상하는 에듀 클래스’를 진행하는 가운데 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현황과 문제점, 발전 방안 등을 중간 점검해본다.

▲ 문화예술교육, 공·사 경계에 선 ‘계륵’?!

지난 2004년 11월, 문화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회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초·중등 교원 전문성 강화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이다.

이를 위해 2005년 2월 (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설립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이 진흥원의 최근 4년간 예산 편성을 확인 결과, ‘학교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부문은 2천132억여원으로 전체 예산(2천728억여원)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외면받은 예체능 교육 ‘보수공사’의 일환임을 방증한다. 특히 올해 주 5일 수업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학생들의 ‘노는 토요일’을 책임지기 위해 갑자기 이날만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지원 아래 등장한 것만 봐도, 향후 공교육 밖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진흥원은 설립 초기 문화예술교육 인프라 구축의 핵심 사업으로 지역별 거점인 기초지원센터 지정 운영했다.

하지만 지원센터의 역할이 예산 집행과 관리로 집중되면서 2009년부터 상대적으로 안정적 관리 운영 조직 시스템을 갖춘 문화재단들이 광역센터로 지정받은 상황이다. 실제로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문화재단이 없는 지역을 제외하곤 전부 문화재단이 문화예술교육을 수행하는 광역지원센터다.

지정 방침이 이러하다보니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센터는 정작 지역 특유의 상황을 고려하고 적용한 정책보다는 위탁받은 사업 수행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원재 사무처장은 발제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평가와 운영 발전방향’을 통해 “진흥원 사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에 대해 수동적 지원이 아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혁신 전략”을 요구하며 “진흥원과 광역센터 사이의 업무 분장 및 협력 체계를 고려한 사업 구조를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지역없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010년 5월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지정받은 경기문화재단은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예술교육 전문가 커뮤니티(CoP)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 웹진 운영 등의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문화재단은 광역센터로 지정받으면서 조직 내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라는 별도의 주관 팀을 꾸렸다.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진행하는 사업 중 21억여원의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역시 학교문화예술교육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경기예술강사 지원’이다. 도내 439개 학교에 초중고 6개 교과과정과 연극·영화·애니메이션 등 7개 분야 예술 강사 260명을 파견하고 있다.

또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세부 사업으로 교육자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예술강사 네트워크 구축, 예술강사 제도개선안을 모색하는 내용의 컨퍼런스 개최, 예술교육 전문가 커뮤니티 지원 등을 진행해왔다.

이 밖에 주 5일 수업제 실시로 등장한 ‘토요문화학교 운영사업’을 4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공모 지원했다.

이처럼 예산 편성과 주관 사업만 보면 진흥원과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의 차이를 찾기 힘들다.

진흥원의 지역사업을 대리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구조에 전액 국고와 지방비 보조금만을 예산으로 ‘받아쓰는’ 상황에서 자율성은 커녕 지역 특유의 문화를 반영한 독자적 정책 수립 및 수행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올 봄 전국의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들은 주 5일 수업제로 갑자기 토요일 문화프로그램 공모 운영 방침을 ‘하달’받아 지역 수요조차 검토하지 못한 채 프로그램 운영 주체를 급하게 선정하면서 볼멘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게다가 주관 조직명은 ‘센터’로 그럴싸하지만, 인력 구성은 센터장(팀장)과 팀원 3명으로 1개 팀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이처럼 문화재단 공간에 얹혀 턱없이 부족한 인력구조로 운영되는 것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형국이다.

이와 관련 임재춘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소장은 “현재 전액 국고와 지방비 보조금으로 운영돼 국책사업 외 도 차원의 문화예술교육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탁사업만으로는 지역현황과 상황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시행하기 어렵고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적 교육 실현을 위한 기반과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교육은 행정적 편의에 따라 지역 문화와 환경차이 등은 반영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운영되는 분위기다.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위탁사업 수행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도시와 농촌, 신도시와 구도시, 장애와 비장애 등 지역 특유의 삶의 유형따라 문화예술교육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게 요구되는 역할이기도 하다.

임 소장이 지원센터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진흥원과 지역센터간의 역할을 재검토하고 이관사업의 지역화와 중장기계획 수립, 지역 문화예술교육 관련 연구 조사 영역 확대 등을 제안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상회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 의원은 “센터가 3년간 우수한 성과를 올렸지만 정작 도가 센터 지정을 신청하면서 약속한 조직 상설화와 예산의 확대 지원 등의 조건을 지키지 않아 종합적인 지역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다”며 “센터의 사업 운영 결과를 도청과 교육청, 도의회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근본적인 문화예술교육정책을 만들고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중앙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사업 수행으로는 지역의 학생과 도민, 예술가들이 근본적으로 요구하고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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