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칼럼] 원전이 불안하다는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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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환경운동연합의 김현정 교육팀장은 요즘 ‘핵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올해 탈핵운동의 목표로 수명을 연장해 가동중인 고리원전 1호기 폐쇄와, 오는 20일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 반대로 잡았다. 그녀는 이를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원전의 위험성 등을 알리고 있다.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300년 땅 속에 묻어야 하고, 고준위는 최소 1만년 땅 속에 묻어야 자연상태로 돌아간다. 전기 만드는데 사용하는 핵연료 사용기간은 4년6개월이다. 4년6개월 사용하고 1만년이상 핵쓰레기를 관리해야 한다. 인간의 시간 개념에서는 거의 영원한 시간이다. 미래 세대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있는 것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처럼 그녀는 핵 폐기물을 걱정하고, 무분별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고민한다. 아이들에게 만큼은 핵없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 그녀의 소망이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안으로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라는 모토로 작은 공동체 절전소를 제안하고 있다. 또 하나,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생산해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도시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시민 햇빛발전소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얼마전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통해 ‘성남시민 햇빛발전소’를 공식 제안하고 시민주주 모집에 나섰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성이 커지자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줄이기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성남시 등 전국 지자체 44곳이 탈핵선언을 하고 에너지 정책의 변화와 신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를 촉구했다.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햇빛발전소를 건립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류 최악의 환경위기다. 일본은 대지진 이후 5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전면 중지시켰다. 올해 들어 전력난과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오이원전을 포함해 2기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조치에 일본 국민들은 대규모 원전 반대시위에 나섰다.

일본은 전력공급의 30%를 차지하던 원전의 가동없이 올 여름 폭염을 버텨냈다. 물론 화력발전소를 풀가동했고,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등 연료수입이 크게 늘었다. 국민들은 강도 높은 절전을 실천해야 했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원전 반대는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다. 독일에선 폐쇄원전의 재가동문제로 2010년 ‘원전폐쇄 인간띠 잇기’ 행사가 열렸고, 2011년엔 25만명의 대규모 시위에서 원전의 조기폐쇄를 요구했다. 이에 독일 민주당은 2022년까지 자국내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현재 발전량의 34%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다. 제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4년까지 원전 14기가 추가 건설될 예정이다. 원자력 비중은 48.5%에 달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원전관리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국내 원전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 1기당 평균 2.5일 꼴로 가동이 중단됐다. 올해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횟수는 모두 9차례이며, 이로 인한 가동 중단 일수를 합치면 총 58일에 달한다.

곧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1호기는 올해 모두 4차례 고장이 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0년간 수명 연장을 추진중이나 주민과 환경단체에선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를 제기하며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안전관리 직원의 마약 복용, 사고 은폐, 불량 부품, 납품 비리 등 불미스런 사건·사고가 줄을 이어 원전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및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원전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원전 확대가 녹색성장도 아니다.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이란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미래가 담보돼야 한다.

어느 나라나 안전성 확보와 국민 설득 없이 원전 확대는 불가능하다. ‘위험한’ 원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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