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지만 다른 너로 희망을 꿈꾼다
하지만 이상하다. 이 소음과 몸짓이 악기 연주와 저마다 하모니를 이루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나아가 공연곡에 대한 감동을 배가시킨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연주회 현장에서 찾아보자.
지난 16일 오전 수원 서광학교(장안구 이목동) 대강당.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플루트, 피아노 등 10여명의 악기 연주자들이 무대격인 강당 앞에서 ‘모차르트 심포니 No.40’을 연주중이다.
공연무대가 된 서광학교는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공립 특수교육기관이다. 유치부,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전공과를 두고 있다.
이날 관객은 이 학교의 재학생인 장애인 학생과 교사 등 200여 명이었다.
서광학교에서 이뤄진 두 번째 클래식 음악회로 올해 1학기에 처음으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 바 있다.
비장애인과 달리 예측불가능한 감상 태도에 쉽사리 기존의 공연장을 찾지 못했던 학생들에게는 학교로 찾아온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생경하면서도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 됐을 터.
이와 관련 김강식 교사(교육과학부장)는 “난생 처음 눈앞에서 생생한 클래식 연주를 보고 들은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정말 좋아하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뜨거운 감동을 일으킨 주인공은 경기문화재단 경기나눔센터가 주관하는 2012년 문화바우처 기획사업 ‘가가호호(문화교감)’의 선정 단체인 ‘에이블아트 오케스트라’다.
에이블아트 오케스트라는 지난 2010년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로 구성된 음악단체다.
TV 인간극장의 주인공으로 출연해 유명세를 자랑하는 자폐 첼리스트 오동한씨를 비롯해 성혁제, 고민성, 임유진, 이승범(이상 플루트) 등 5명의 장애인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이들을 가르치고 연주무대에도 오르는 비장애인 연주자 9명이 함께한다.
이들은 장애인의 문화적 소외를 극복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에이블아트센터(권선구 금곡동)에 소속돼 있다.
올해에는 경기나눔센터 문화바우처 사업 진행 단체로 선정돼 ‘에이블아트 오케스트라 날개를 달다’를 타이틀로 장애인과 취약 계층을 방문해 순회 공연을 벌이고 있다.
이날 서광학교에서 가진 음악회 역시 이 사업의 한 프로그램으로 김종훈(시각장애)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는 첫 곡을 연주한 후 바이올린ㆍ비올라ㆍ플루트 등 각 악기를 소개했다.
이어 에이블아트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과 인어공주의 OST를 비롯해 ‘For the beauty of the earth’, ‘야곱의 축복’ 등을 연주했다.
학생들은 연주를 들으며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잔잔한 멜로디에 소리 죽여 연주자들을 바라봤다.
특히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다가 피아노 반주에 솔리스트로 첼로를 켠 오동한씨의 연주 대목에선 관객과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형성되는 듯한 분위기에 감동이 고조됐다.
장애인 학생들이 자신과 닮은 그러나 다른 연주자들의 모습에 희망의 울림을 느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물론 무엇인가 맘에 안드는 듯 온 몸을 흔들거나 화를 내고 울부짖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공연장에서라면 연주를 깨뜨리는 소음으로 여겨질 그것마저도 하나의 음악이 되어 어우러지는 분위기였다.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김모(17)군은 “공연을 보면 마음에서 꽃이 활짝 피는 느낌”이라며 “오케스트라가 제일 좋다”고 환하게 웃으며 관람 소감을 말했다.
김보라 에이블아트센터 팀장은 “장애인도 악기를 연주하며 직업인으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장애학생들에게도 큰 힘이 되길 바란다”며 “문화바우처의 기획사업을 이같은 순회 연주를 비롯해 문화적 소외계층에 삶의 희망을 공유하는 것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에이블아트오케스트라는 오는 12월1일 오후 5시 300석 규모의 에이블아트 콘서트홀에서 무료로 정기연주회를 열고, 내년 1월3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케냐 지라니 예술학교 건립을 위한 후원연주회(관람료 2만원)로 지라니 합창단과 협연할 예정이다. 문의(070)8672-1077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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