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빚 갚는데 올인… ‘대졸 워킹푸어’의 슬픔

어학연수 등 ‘교육투자비’ 회수 어려워
이자상환에 생활비 아껴도 ‘적자 인생’

올봄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P씨(29ㆍ부천)는 월세를 내려고 현금인출기에 들렀다 빈손에 와야했다. 통장 잔액이 단 한푼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급여일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학자금 대출 등의 명목으로 인출된 금액이 월급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P씨는 지난 2008년 군 제대 후 졸업까지 스펙을 쌓겠다며 꼬박 3년간 등록금과 어학연수비, 각종 교육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3천700여만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이로인해 매월 정기 인출되는 원금과 이자만도 120만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P씨의 월급은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각종 통신료와 전기요금, 가스비, 월세 등 각종 공과금(60만원)과 생활비(40만원) 등을 고려하면 매달 2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P씨는 매달 30만원을 부모님께 원조 받아 생활하는 처지다.

P씨는 “천신만고 끝에 취업을 했지만 빚이 많아 집에 손을 벌리지 않고는 생활이 힘들다. 생활비를 줄이든지 투 잡을 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산에 사는 L씨(27ㆍ여) 역시 매달 15만∼20만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4년전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여의치 않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등록금과 어학연수 명목으로 빌린 2천500만원의 이자와 원금이 매달 80만원 넘게 지출되는 탓이다. 올 7월 식품연구소 인턴으로 입사했지만 월급이 120만원을 넘지 않아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도 교통비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대학을 졸업하고도 교육투자비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대졸자가 급증하고 있다.

10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 같은 ‘대졸 워킹푸어’는 지난 2000년 16만6천명에서 2005년 34만1천명, 지난해 67만5천명으로 매년 10%가량 증가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하면 모두 181만3천명에 육박, 전체 대졸자의 14%에 달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 이지선 연구원은 “대졸자 모두 좋은 일자리를 찾다보니 노동시장 부조화가 심화돼 이에 따른 인적 자본 손실이 막대하다”며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교원 확보율 등이 낮은 대학을 정리해 대학 교육 효율성을 높이는 조정이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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