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바우처의 힘]<6>대안미술공간 ‘소나무’의 행복한 미술파티

'요리와 미술의 만남', 아이들 마음은 활짝 열렸네

융합의 시대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이 시대에 각기 다른 기능, 장르, 사업 등이 하나로 묶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신선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래서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가리지 않고 전 부문에서 융합이 화두다. 문화예술교육계도 마찬가지다. 안성의 미술대안공간에서도 이색적인 융합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요리와 미술이 만난 것이다.

지난달 11월17일 오전 안성의 대안미술공간 ‘소나무’(미양면 계륵리)는 솔솔 불어오는 찬 겨울바람마저 훈훈하게 느껴질 정도로 활기찼다.

이곳으로 소풍 나온 경기지역아동센터와 비젼슐레지역아동센터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총 32명이 만든 에너지 덕이다.

이들은 소나무가 도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행복한 미술파티’에 초대받은 주인공이다.

안성에 자리잡은 소나무는 천연염색작가인 최예문 관장과 서양화가 전원길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2년 4월에 문을 열었으며, 전시와 작업실ㆍ소나무자연미술학교 등으로 구성된 복합미술공간이다.

현대미술작가들이 작품을 제작 발표하는 한편, 일반인과 작가가 대화하는 장으로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지난해에는 문화바우처 기획사업 활생문화공명의 하나로 안성의 임시직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한 ‘넌 나 뭐 줄래?’와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노인요양시설 노인을 위한 ‘빨간 카네이션’을 각각 진행했다.

올해에는 경기문화재단 경기나눔센터가 주관하는 2012년 문화바우처 기획사업의 ‘낮달 문화소풍’ 중 한 프로그램 운영단체로 선정됐다.

낮달 문화소풍은 자발적으로 관람이 어려운 대상자에게 공연, 전시, 답사, 체험 등 문화예술 관람기회를 제공하는 기획사업이다.

소나무는 전시와 다양한 미술체험이 가능한데다 실외 공간에 넓게 펼쳐진 아늑한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소풍 장소로 제격이다. 낮달 문화소풍의 취지나 실현장소로 안성맞춤인 것.

최 관장은 이 같은 장소적 장점을 살리면서 낮달 문화소풍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여기서 요리와 미술의 융합이 이뤄진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단체 관람객 식사를 위해서는 차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불편을 없애고 음식을 야외에서 나눠먹으며 소풍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요리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다.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15회에 걸쳐 진행한 ‘행복한 미술파티’에 470여명의 도내 문화소외계층이 다녀갔다.

포천새누리부모회의 장애학생, 의정부 토요솔방울들의 모임의 장애학생과 학부형, 안성 계륵리노인회관의 노인, 평택 에바다복지회 장애인 등이다.

기자가 취재차 방문한 날 소나무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어린이들도 요리와 미술 프로그램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른 아침 소나무를 찾은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신작 ‘백색향기’를 전시중인 전원길 작가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전원길 중견작가는 자연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을 해온 일명 ‘전원작가’로 나뭇잎과 하늘의 색을 캔버스에 물감으로 오롯이 재현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난생 처음 미술가를 만나 작업과정을 들은 어린이들은 바로 갤러리 밖으로 나가 나뭇잎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렸다.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진 나뭇잎은 예술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자신감과 어린이다운 창의력이 돋보인다.

파티의 하이라이트격인 요리시간, 아이들의 눈은 더 반짝거리고 입은 쉴새없이 조잘거린다. 직접 꼬마김밥을 말고, 과자 위에 참치와 야채를 올린 까나페와 과일 꼬치를 만든다.

“맛있어요. 우리가 만들었어요”라고 자랑하는 마혜민(7)양처럼 참가 어린이 모두 한 줄로 서서 자신이 만든 음식을 그릇 위에 담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점심을 다 먹은 아이들은 겨울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밖으로 뛰어나가 공을 차고 게임을 즐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은 스카프와 티셔츠 등을 천연염색기법으로 만들면서 아쉬운 하루 해가 저문다.

최예문 관장은 “소외계층 아이들 대부분은 처음에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경계하지만 함께 음식을 만들고 화가를 만나 그림 그리는 짧은 시간을 거쳐 마음을 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요리와 미술이라는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적은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술을 경험하고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진정한 휴식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떠난다. 그렇지만 텅 빈 공간에는 희망으로 가득찼다. 고사리 손으로 적은 소감문이 이를 방증한다.

아쉬운 점으로 ‘집가기’를 쓰고, ‘다른 애들과 학교에서 모른 척을 하고 다시 이곳에 못올 것 같아 아쉬웠다’는 소감문에서 소외계층에 적극적으로 문화예술향유 기회를 제공해야하는 중요성이 드러난다. 이는 문화바우처의 기획사업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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