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남자]허구영의 ‘한국은 지금 몇 시인가?’

대선 투표일이 하루 앞이다. 우리는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 새 지도자를 뽑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누구를 찍어야 할지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당성을 따지거나, 보수와 진보의 성향을 따져서 표의 향방을 결정했을지 모른다. 물론 몇몇의 사람들은 학연 지연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했을 수도 있다.

과거의 지도자들은 교도민주주의(guided democracy)를 내세웠다. 인도네시아의 정치가 A. 수카르노가 제창한 이 민주주의는 우매한 민중에 대한 엘리트의 교도적 역할을 강조한 것이었다.

위대한 영도자론을 부르짖었던 한국식 민주주의도 그와 같아서 1990년대 초반까지 우리는 독재체제를 경험해야 했다. 교도민주주의의 폐해는 민주주의를 표방한 강력한 독재체제였던 것이다.

위대한 영도자론이 끝난 뒤에도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은연중에 용인하고 꿈꿨다. 위대한 리더십의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작동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용인한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으로 수행한 정책들을 떠 올려 보라. 수십조 원의 예산으로 강을 파헤쳤고,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왔으며, 민주주의 꽃인 집회 및 언론의 자유를 몰살시켰다. 우리는 때때로 민의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촛불을 켰으나 그 촛불조차도 위협 받았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금 몇 시일까? 노무현 대통령 1주기에 그려진 허구영의 작품은 지금 우리 마음에 어떤 민주주의 촛불을 켜고 있는지, 그 촛불의 시침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1987년 6월 항쟁이후 민주주의는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타 올랐으나 25년이 지난 지금 그 불꽃은 어디에 있을까? 아니 그 불꽃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성화일까?

김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했을 뿐 가장 부강한 나라를 꿈꾸지 않았다. 그는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고 외쳤다. 마음의 촛불을 켜고 우리가 염원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보자.

21세기의 첫 새로운 대통령은 위대한 영도자가 아니가 위대한 민의를 이해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우매한 백성을 이끌어야 한다는 독재적 신념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민중의 소리를 경청하고 그 소리의 힘으로 정치를 펴는 사람이기를 희망한다. 나는 그가 새 시대의 지도자이되, 나라의 모든 것이 어렵더라도 홀로 가지 않으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외치는 사람이기를 요청한다.

 

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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