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선율로 아시아 평정한 실버악단
# 평균연령 70세…양로원, 노인대학 등서 무료공연하며 ‘제2의 인생’
“아이고 소문 듣고 왔구먼. 우리가 유명하긴 한가벼.(하하) 묘령의 여인은 무슨, 우린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실버악단 멤버들이여. 입술을 빼앗긴 건 맞네.(하하) 2009년 처음 만난 이야기부터 찬찬히 들려 줄게.”
최치선(64ㆍ군내면) 어르신은 묘령의 여인 실체부터 속시원하게 공개했다. 포천 지역 여러 어르신들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하모니카’였다.
하모니카 선율에 매료돼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는 포천문화원 실버악단은 포천의 명물이다.
실버악단은 79세부터 60세까지 평균 나이 70대의 어르신 총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원 남성 멤버들이다. 건반, 기타, 아코디언 각 1명 외엔 모두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최치선 어르신처럼 수년간 포천의 남성마홀합창단 단장으로 활동했고 현재도 포천어린이집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실력파 뮤지션도 포진해 있다. 피아노와 기타 등 악기를 능숙히 다루며 이론도 뛰어난 홍순선(60ㆍ신읍동)씨가 지도강사를 맡고 있다.
어르신들과 하모니카와의 첫 만남은 지난 2009년로 거으슬러 올라간다. 한국문화원연합회와 문화체육관광부, 포천시의 지원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하모니카, 기타, 건반, 아코디언 교육이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2년 동안 하모니카를 악착같이 마스터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홍대앞 ‘나이없는날 행사’ 공연부터, ‘전국문화원의 날 행사 초청공연’, ‘경기도 문화원연합회 행사’ 참여 등 100여 회 이상의 공연실적을 쌓고 있다.
요즘엔 포천 지역 행사에 실버악단의 축하공연이 빠지면 ‘앙꼬없는 진빵’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다. 게다가 인접 지자체 각종 행사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최고참 임석환(79ㆍ소흘읍) 어르신은 “우리에게 음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 중에서 하모니카처럼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은 악기도 드물다”며 “느지막이 하모니카를 만나 취미생활도 하고 공연 다니면서 자신감도 회복하고 좋은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자랑했다.
임두빈(77ㆍ신읍동) 어르신도 “하모니카는 호흡을 통한 리드의 떨림이 음색을 결정하므로 바른 연주 자세와 호흡법 그리고 부는 입의 모양새가 매주 중요한데 이 모든 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좋아졌다”며 “특히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악기는 손가락을 이용한 운지법으로 연주를 하지만 하모니카의 경우 입과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치매예방에도 효과적이고 복식호흡으로 인해 폐활량도 좋아짐으로 노년층에게 딱 맞은 악기”라고 설명하면서 꼭 배워볼 것을 추천했다.
# ‘제9회 아시아-태평양 하모니카 페스티발’서 은상 수상 쾌거
하모니카를 통해 건강도 챙기고 재능기부도 하면서 신명난 삶을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연주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화려한 수상경력이 어르신들의 각오와 집념을 입증해준다.
실버악단은 2011년11월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열린 ‘제4회 효 실버 하모니카 경연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서 후원한 대회로 전국에서 모인 13개 실버 하모니카 연주팀이 열띤 경연을 펼친 가운데 대상을 차지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어르신들의 실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2012년 8월 2일부터 9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태평양 하모니카 페스티발’에서도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올해 대회에서 실버악단은 ‘노들강변’과 ‘아리랑’을 합성해 새롭게 편곡한 4분짜리 곡 ‘노들강변 아리랑’을 들고 무대에 올라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우리 민족의 전통과 애환이 서린 곡으로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곳으로 우리의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완벽한 연주를 위해 홍순선 강사의 지도와 한국 하모니카연맹 회장이며 국제하모니카계의 권위자인 이혜봉 선생의 특별과외(?)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번 수상으로 우리 가락을 세계에 널리 알리며 경기도 포천시의 위상을 아ㆍ태 지역에 드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만구 포천문화원장은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도 단원 여러분들께서 열심히 노력하셔서 큰 결과를 얻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강조하며 “이번 대회 참가를 계기로 하여 우리 포천에도 하모니카 인구의 저변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포천문화원 실버악단은 불과 4년 만에 ‘노년의 끈기’와 ‘짱짱한 실력’으로 포천지역을 비롯해 대한민국, 그리고 해외에서 ‘포천 실버의 파워’를 입증해 보였다.
이 같은 성장세 뒤에는 실버악단을 이끄는 포천문화원의 숨은 노력과 무한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결과 포천문화원은 지난 11월 열린 ‘제14회 경기도 문화가족 합동연수-경기도 지방문화원 어워드 시상식’에서 최우수 문화원상을 수상하고 상패와 부상으로 사무용 컴퓨터를 받았다.
이번 시상은 경기도 문화원 중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한 문화원을 선정해 시상하고자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에서 처음 제정한 상으로 경기도내 31개 문화원 중 포천문화원이 제1회 최우수 문화원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한 것이다.
포천문화원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여행의 길동무로 사랑받고 있는 하모니카를 통해 ‘포천의 소리’를 알리는데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13명의 어르신들은 오늘도 120그램의 가벼운 하모니카와 입술을 맞추며 행복한 노년을 만끽하고 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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