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출발, 그러나 빠르게 번진 문화예술의 불길!
올해 문화바우처 경기지역 주관센터로 지정된 경기문화재단 경기나눔센터는 지난 9월에서야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발의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관련 지침이 내려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4월에 지침을 받은 후 업무를 담당할 전문인력을 구성하는 것도 당연히 지체됐다.
현재 경기나눔센터는 센터장(팀장)과 팀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31개 시군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관리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하지만 충원은 할 수 없다. ‘전체 예산 중 인건비는 3% 이내’라는 지침때문이다.
이에 센터장을 비롯한 팀원의 최근 3~4개월간 출장횟수만 300회 이상이며, 주요 문화예술행사가 주말과 공휴일에 열리는 탓에 이들 모두 제대로 쉰 날을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31개 시군으로 묶인 경기도 특유의 지역성도 제동을 건 요인이다.
해당 사업 예산 중 일부는 도비와 시군부담금으로 구성, 도내 31개 시군의 예산을 직접 공문을 통해 일일이 수령해야 했다. 이 예산을 모두 모으기까지 3개월 이상이 걸렸다.
이 작업을 모두 마무리 한 7~8월, 문화바우처 기획사업 공모를 진행하고 독자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소외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했다.
이처럼 늦은 출발은 전국의 문화바우처 주관처 모두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화바우처를 통한 도내 문화예술의 불길은 빠르게 번졌다.
우선 연 5만원 한도로 저소득계층에 발급하는 카드바우처 사업은 8만8천매 중 96% 가량 발급한 상태다. 이 카드로 혜택을 받은 도민도 전국 평균 60~70%대다.
여기서 카드 발급률이나 이용률이 전국 평균 수준이라도, 인구 대비 책정되는 기본 단위가 워낙 높은 편이어서 그 액수나 규모가 상당하다. 실제로 울산광역시의 경우 주어지는 카드가 7천장으로, 경기도는 10배 이상 많은 상황이다.
이는 새로운 지원방법론을 적용한 덕분이다. 31개 시군을 팀원이 직접 다니며 카드 결제를 해주는 것을 반복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도내 지역문화재단과 문화기관 등 수많은 문화인프라를 적극 활용, 파트너십을 발휘한 것이다.
당초 ‘재하청’이라는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효?거인 홍보와 기존의 구축한 문화예술네트워크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채치용 센터장은 “올 초부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면 더 알차고 효과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내년에는 좀 더 일찍 예산을 집행함으로써 더 나은 문화바우처가 꽃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카드 문화바우처 사업보다 뒤늦게 시작한 경기도의 문화바우처 기획사업은 전국적 롤모델로 떠올랐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시도가 한 몫 했다.
경기나눔센터는 20억원 규모의 기획사업을 ‘낮달소풍(어두운 소외 지역에서 달처럼 빛나는 수혜자를 낮고 같은 문화예술현장으로 초대한다는 의미)’ㆍ‘가가호호(집 가(家)에 좋을 호(好)를 써서 집집마다 문화예술로 좋아진다는 뜻)’ㆍ‘활생문화공명(수혜자들의 가라앉은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갈망의 씨앗을 싹트게하고 이것이 들불처럼 번져 공명을 일으킨다는 것)’ 등으로 구분해 각각 진행했다.
카드문화바우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차상위계층, 문화예술소외계층 등이 그 대상이었다.
경기나눔센터는 이 수혜 대상과 해당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역 특성에 맞춰 세분화한 후 적용했다.
경기도의 서쪽은 바다로 행정선이 하루 한 번 운행하는 낙도가 있고, 북쪽으로는 국경접경지역으로 민통선 마을이 있다. 또 동쪽으로는 산 속 오지가, 남쪽으로는 대도시와 가까우면서도 농촌 지역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특별한 문화예술소외계층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새터민, 한센인, 결핵환자 등이다.
경제적 수준을 떠나 지역적 특성에 따른 다양한 문화예술 소외계층과 수혜자를 발굴 선정한 것이 주목할 만 하다.
이들을 찾아간 문화예술 단체와 그들의 접근 방식도 새롭고 의미있는 효과를 거뒀다.
외로운 섬주민과 문화예술로 소통하며 그들의 자생력을 키운 ‘풍도여지도’, 어르신들에게 국수 나르는 아트포장마차 ‘황금마차’, 감동의 선율을 선사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에이블아트오케스트라’ 등 경기일보가 ‘바우처의 힘’을 통해 기획보도한 프로그램들이 그러하다.
보석같은 프로그램은 더 많다.
경기나눔센터가 자체 기획사업으로 진행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DMZ 방문 행사부터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촉각 동화책으로 만든 ‘꽃 중의 꽃’, 문제 및 장애 청소년 15명이 빵만드는 것을 배우고 포장 박스에 그림을 직접 그리면서 이 완성품을 지역의 홀몸노인에게 전달해 생일파티를 여는 ‘소보루’ 등이다.
이 모든 프로그램이 각인돼 어느 하나만 꼽을 수 없다는 채 센터장은 “커뮤니티와 아트, 포장마차와 예술, 제과제빵기술과 미술 등 문화바우처 기획사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결합과 시도가 이뤄졌다”며 “(2013년 지침을 확인해야겠지만)내년에는 계층별, 연령별, 지역별, 장르별 등으로 좀 더 촘촘하게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경기나눔센터는 28일 오후 4시 경기문화재단 1층 로비갤러리에서 문화나눔파티를 연다.
파티에는 경기도 문화바우처 기획사업 참여 문화예술가, 수혜자, 관계자, 일반인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축하공연에 에이블아트오케스트라, 어쿠스틱 밴드 ‘파티스트릿’, 퍼포먼스 공연으로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성형 퍼포머 등이 나선다.
‘소보루’ 기획사업을 진행했던 시몽베이커리의 김남중 파티셰와 어르신들에게 잔치국수를 대접해 온 천원진 조각가가 만든 먹을거리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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