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2013 우수축제' 로 선정
수원에서 서울로 갈 때 지나게 되는 고개에서는 아버지 묘소를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천천히 가자, 천천히 가자” 해 ‘지지대(遲遲臺)고개’라는 명칭이 전해질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
정조대왕은 사도세자의 무덤을 지키고 수원이 이상적인 국가의 본거지라는 판단에 따라 ‘화성(華城)’을 축조하고 탕평 정치를 펼치면서 업적을 인정받아 후세에서 ‘성군’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2013년은 이 같은 정조대왕의 효심을 계승하기 위해 수원 화성 일대에서 펼쳐지는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린 지 반세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수원화성문화제는 그동안 정조대왕의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수축제로 선정돼는 성과를 거뒀다.
대한민국 대표 지역문화제로 발돋움한 수원화성문화제의 앞으로 반세기가 기대되고 있다.
■전통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다
지난해 10월5일부터 7일까지 화성행궁광장, 수원천 등에서 제49회 수원화성문화제가 개최됐다. ‘화성(華城), 꿈을 품다!’라는 주제로 열린 문화제는 관광객들과 함께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과 개혁사상의 산물인 화성 축성의 의미를 기리는 소중한 자리가 됐다.
기존에 진행됐던 프로그램과 달리 전문성과 시민 참여를 강화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표적인 결실로 정조시대 야간군사훈련인 ‘화성, 정조의 꿈(야조ㆍ夜操)’를 꼽을 수 있다. 연무대(창룡문)에서 정조대왕의 이상과 꿈을 담아 360여명의 출연진과 영상ㆍ음향ㆍ특수효과가 어우러진 대형 창작 공연을 화려하게 선보인 것. 전년에 비해 넓은 공간을 활용해 무사들은 다이나믹한 동작을 재현하면서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야조’는 향후 축제를 대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품격 있는 공연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수원화성문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정조대왕 능행차’는 시간대를 낮에서 저녁으로 바꿔 예년 축제와 차별화했다. 야간에 이뤄진 능행차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고, 주변 상권에도 도움을 주면서 호평을 받았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 프로그램들도 눈에 띈다.
수원화성 축성 216년을 기념하는 216m 길이의 가래떡을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들고, 온 가족이 짚신을 신고 수원화성을 돌아보는 ‘짚신 신고 수원화성 걷기’가 바로 그것. 가족사랑과 세계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끼는 이 행사는 가족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수원화성 216년의 애환을 간직한 수원천과 공방거리, 벽화골목 등으로 축제 영역을 확대해 정조와 주민을 위한 다양한 수원의 문화도 선보였다.
지역 학생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수원천 꿈길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어두운 다리 밑을 갤러리로 바꾸고,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해 디자인ㆍ축제를 공간화하는 새로운 시도를 추구했다.
강진갑 경기문화재단 문화협력실장은 “새로운 프로그램과 참여형 이벤트를 확충하면서 지난해 축제의 관람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개막연과 폐막연을 다양한 예술장르와 결합해 흥미롭게 구성했으며, 특히 연무대에서 펼쳐진 ‘화성! 정조의 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고 밝혔다.
■수원문화재단의 첫 시도, 결실을 얻다
이 같은 다양한 활동을 인정받아 수원화성문화제는 2013년 새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우수축제’로 선정됐다.
문화부가 지난해 연말 축제 현장 평가와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유망축제였던 수원화성문화제를 우수축제로 승급시킨 것이다.
수원문화재단이 2012년 2월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수원화성문화제’가 시민과 관광객이 즐기는 전통문화관광축제로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순간이다.
재단은 당초 축제 기획을 할 때부터 경쟁력 강화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정호붕 중앙대 교수를 각각 자문위원, 총연출로 초빙했다.
재단은 수원시가 해왔던 방식과는 다르게 연출부를 중심으로 평가위원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진일보한 축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수축제’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수원화성문화제는 국비 1억천만원(도비 2억2천500만원 포함)의 보조금과 각종 홍보마케팅 지원 등을 받게 돼 더욱 경쟁력 있는 축제로 육성될 전망이다.
한범수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수원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맡은 첫 번째 축제라 적지 않은 걱정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야간행사로 진행한 ‘정조대왕 능행차’, 조상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짚신 신고 수원화성 걷기’, ‘야조를 소재로 한 총체공연’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에 따라 그 어느 해보다 훌륭한 행사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장혜준 기자 wshj222@kyeonggi.com
<인터뷰> 홍철욱 수원문화재단 축제기획단장 인터뷰>
▲재단 출범 이후 8~10월 국제음악제, 국제연극제, 수원화성문화제를 잇달아 소화하다 보니 인력이나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해 축제는 기존에 수원시가 개최했던 방식을 토대로 발전시켰다고 보면 된다. 올해는 수원화성문화제 50주년을 맞는데다 재단이 기획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는 원년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재단이 맡은 수원화성문화제, 무엇이 달라졌나
▲요즘 관광객들은 축제를 관람하기보다 참여하는 놀이로서의 축제를 원한다. 정조대왕 능행차, 혜경궁 홍씨 진찬연, 친림 과거시험 등 전통을 잘 살리되 참가자들이 실제 즐기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진찬연 생중계 등을 준비해 전통 재현에 그치지 않고 다 같이 어우러지는 형태로 진행했다.
-우수축제로 승급됐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원화성문화제가 49년 동안 이어지면서 역사나 전통이 명성을 인정을 받은 것 같다. 특히 올해는 문화제 50주년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 부분을 고려했다고 생각한다. 재단이 앞으로 축제를 잘 다듬어 더 좋은 축제를 만들 것이다.
-50주년 문화제는 어떻게 꾸며지나.
▲1~2월 중 재단, 시, 시의회, 시민 대표로 구성된 준비모임에서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50주년에 대한 기대가 많고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평을 받은 ‘야조’는 스토리텔링을 더해 대형 야외실경스펙터클 공연으로 업그레이드 해 선보이고, 무예 24기를 소재로 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50주년 문화제는 10월에 전국적으로 축제를 많은 점을 고려해 1~2주 일정을 앞당겨 9월 말께 진행하고, 행사기간을 6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원화성문화제의 향후 발전방향은.
▲전통문화관광축제는 올드하다는 선입견을 심어주기 쉽다. ‘그 축제 새롭더라’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전통아이템과 체험형을 결합시킬 것이다. 특히 수원화성문화제는 젊은이들이 안 온다.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젊은이들이 찾는 축제로 발전시키겠다. 50년을 이어온 전통의 힘으로 우수축제가 됐다. 축제는 시민들에 대한 문화서비스다. 더 좋은 축제를 만들어 2~3년 내로 최우수축제, 대표축제로 거듭나겠다.
장혜준 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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