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출을 이곳에서 보기로 한건 잘한 것 같다. 강추위에 긴장했으나 어둡고 가파른 새벽산을 오르느라 진땀이 날 지경이다. 올빼미눈알 같은 쌍흥문을 지날 때 먼동이 텄다. 신비로운 석문 밖에 보리암이 등장한다. 군상들이 암자의 난간과 바위에 붙어 서서 일출을 기다렸다. 부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 바다는 조그만 섬들을 띄워놓고 고요히 파닥인다. 이윽고 대망의 붉은 해가 떠올랐다. 환호성이 터진다. ‘올해는~’으로 시작되는 수많은 기도들이 제각기 허공으로 피어오른다. 좀 더 멋진 광경을 보려 금산정상으로 치달았다가 다시 사랑 앓는 상사바위를 위문했다. 산 아래 미조항 위로 이성복의 시 남해 금산이 솟는다. 나는 문득 최승자의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를 무슨 지표처럼 마음 벽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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