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난 부추기는 ‘연말 자본금 정산제도’ 퇴출 피하자… 사채 ‘검은 손’과 악수

건설업체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연말 자본금 정산제도가 되레 건설시장의 자금난을 불러오면서 사채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경기도내 중소 건설업체에 따르면 건설회사들이 자본 상태로 경영을 평가해 퇴출여부를 결정하는 연말 자본금 정산제도 때문에 11월, 12월 두달간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자금을 빌려주고 고금리로 이익을 챙기는 사채업자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포천의 A종합건설사는 원룸 공사를 진행한 뒤 분양과 임대가 되지 않아 연말 자본금 12억원(종합건설)을 맞추기 위해 서울의 사채시장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자기자본금을 맞추려는 건설사들이 연말에 몰리는 점을 노린 사채업자들이 돈을 푼다는 소문만 내고 금리를 최대한 높인 상태에서 자금을 대출하는 수법으로 건설업자들이 힘들게 벌어들인 이익을 앉아서 챙기고 있다.

건설사들은 자본금 비율이 높아야 면허를 유지할 수 있어 연말이면 2~3주씩 서울에 모텔을 잡아 놓고 사채업자들이 돈을 풀기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업체 운명 가르는 ‘재무’ 평가

자본금 맞추려 ‘고금리’ 덥석

사채업자들도 ‘호시탐탐’ 노려

사기 피해로 ‘파산’ 업체도…

사채업자에 속아 사기를 당하거나, 원청업체가 공사대금을 주지 않아 파산 위기에 처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B건설사는 자본금 3억원이 부족해 사채업자의 말만 믿고 선이자로 1천200만원을 입금했다가 돈을 빌리기는커녕 이자만 떼였다. 건설 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납품하는 C건설사는 연말 자본금 확보때문에 원청업체인 D건설사가 공사대금을 주지 않아 파산 위기에 처했다. 하도급을 준 건설회사들이 공사대금을 자본금으로 묶어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종합건설사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퇴출하기 위한 연말 자본금 정산제도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사들을 사채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한해 열심히 일해 사채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셈”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수원의 E건설사 대표는 “건설사들이 손해가 나면 손해가 난대로 보고를 해야 되는데 자본금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이득금이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자금을 맞추다 보니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예전같이 건물이나 부동산도 자산으로 인정을 해주고 페이퍼컴퍼니를 제외한 건실한 업체에 대해서는 손실이 있더라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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