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KBO 행정이 판사 앞에 끌려 가지 않길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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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이 일방적이다. 자격도 일방적이다. ‘10구단 선정이 치열하다’는 말은 그래서 어울리지 않는다.

야구 구단은 팬이 먹여 살린다. 신생 구단 선택의 첫 번째 고려 대상도 팬이다. 관중 동원 능력을 따져 점수를 매겨야 한다. 전주시 인구는 65만명이다. 수원시 인구는 115만명이다. 전주가 인구 시장을 주변 지역으로 넓혔다. 군산 익산 완주를 모두 포함해 130만명이라고 잡았다. 그 셈법을 수원에 대입해 보자. 용인 화성 오산 평택 안성 안양 군포 의왕 과천 안산 시흥…. 570만명이다. 관중 시장 130만 대 570만의 싸움. 이런 싸움은 박빙이라 부르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고려 항목은 구단 재정이다. 망하면 안 되니까. KBO도 구단의 재정 자격을 정해놨다. 모기업의 유동비율이 150% 이상, 부채비율 200% 이하, 자기자본 순 이익률 10% 이상 또는 당기 순이익 1천억원 이상 등이다. 전북 구단 부영이나 수원 구단 KT,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한다. 과락(科落)을 면했으니 다음 순서는 등수다. 부영은 보유자산 12조원에 매출 5천억원이다. KT는 자산 32조원에 매출 20조원이다. 초등학생이 평가해도 금방 나올 비교다.

전북 신청 자격 송사 우려

경기도민에게만 이렇게 보이는 게 아니다. 어제 발표된 제일기획의 여론조사에서 그 수치가 드러났다. 500명의 국민 중 80.4%가 KT(수원)를, 19.6%가 부영(전북)을 선택했다. 따지고 보면 여기까지 온 게 이상하다. 애초 접수 단계에서 끝났어야 했다.

KBO 야구규약 제18조는 야구구단 운영 방식을 도시연고제로 못 박고 있다. 기존 구단 이름 앞에 인천 부산 대전 광주 대구 등 도시 이름이 따라붙는 이유다. 이 18조는 KBO 이사회 의결을 통해 더 구체화 된다. ‘창단 당시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를 연고지로 한다’는 2011년 2월의 의결이다. 도(道) 단위인 전북도는 18조 ‘도시’에 어긋나니 자격 없고, 시(市) 단위인 전주는 이사회 의결 ‘100만 이상’에 어긋나니 자격 없다.

유권 해석? 그런 건 법조문 해석에 다툼이 있을 때나 하는 거다. ‘도시’로 해야 하고 그 도시는 ‘100만 이상 도시’여야 한다고 딱 떨어지는 두 문구에 무슨 다툼이 있나. 전북이 시작 전부터 유권해석을 의뢰했다는 것 자체가 자격의 불안함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전주와 30분~1시간 거리에 있는 인접 지역이라 문제없다’는 설명도 나오던데…. KTX는 한 시간에 300㎞를 간다. 서울에서 전북 고창을 가는 거리다. 서울과 고창이 하나의 연고지다? 소가 웃을 일 아닌가.

따지고 보면 KBO의 잘못이 크다. 전북 전주에 자격이라도 주려면 10구단 신청자격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어야 했다. 2011년 2월에는 그렇게 했다. 거기서 구단 선정에 대한 자격과 조건이 정해졌고, 그 규정에 따라 통합 창원시가 결정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없었다. 그렇다고 신청 구단에 자격이 없다고는 못할테니. 자연스레 이미 있는 규약 18조와 2011년 의결이 구단 신청의 기준이 된 것이다. 전북 전주의 무자격 논란은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수원 결정해 축제로 끝내야

수원시는 입을 닫아걸었다. 담당 조인상 과장은 “겸허히 결과를 기다리겠다. 지금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취재마저 거부했다. 그렇다. 그의 말대로만 되면 된다. 국민 80%의 뜻과 객관적 통계를 기초로 한 합리적 결과가 나오면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결정, 객관적 통계에 순응하는 결정,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지키는 결정이 나오면 된다. ‘10구단은 수원 KT로 결정됐다’고 발표되는 순간 모든 건 덮어질 수 있다.

축제여야 할 10구단 선정이 ‘10구단 선정 무효 확인의 소송’으로 번지고, 그 재판정 피고석에 KBO 대표가 불려 나와 자료를 뒤적이고, 재판부의 추궁 앞에 한국 야구 행정의 허술한 밑바닥이 드러나고…. 이런 몰골을 보고 싶어 하는 국민은 한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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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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